“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79년 유신시절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되자 이 같이 말했다. 독재정권 저항 의식을 표한 이 말 한마디는 이후 김 전 대통령 행적을 논할 때면 빠짐없이 등장한다.
당시 고인은 “순교의 언덕, 절두산을 바라보는 이 국회의사당에서 나의 목을 자른 공화당 정권의 폭거는 저 절두산이 준 역사의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고 독재정권을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1987년 관훈클럽 토론에서는 “노태우씨는 전두환 대통령과 같은 군인 출신으로서 12·12 사태를 일으켰고, 일선 군부대를 빼내 쿠데타를 한 사람이다. 쿠데타 한 사람이 대권을 잡는 것은 군정의 연장이다”라고 말했다.
1987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는 “산행 도중에는 많은 낙오자도 있었다. 민주화도 이와 같다”며 “민주화의 길은 그만큼 고행의 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민주화 산행에 있어서 최종 고지의 200m 전방에 와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1993년 대통령 당선 후에는 국가 기강 확립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대통령 취임 후 처음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고통을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며 “나는 대통령인 나 자신이 솔선해야 한다는 각오 아래 오늘 나의 재산을 공개한다”고 선언했다.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는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면서 “추석 때 떡 값은 물론 찻값이라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같은 해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 아들의 대입 부정이 일어나자 “우째 이런일이…”라고 말한 것은 두고두고 화제에 올랐다.
대통령 임기 중 최악의 사고로 기록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시에는 “국민 여러분의 참담한 심경과 허탈감, 정부에 대한 질책과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 대통령으로서 부덕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남북 관계에 관해서도 여러 차례 의견을 표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4년 민주평통 운영위원 접견에서 “북한이 무모한 핵개발을 계속하며 서방의 인내를 시험한다면 반드시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대통령 임기 중 접한 김일성 주석 사망(1994년) 소식에는 “보름 후면 남북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민족의 장래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키로 했는데 이 소식을 접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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