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다양한 원인의 알츠하이머 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분자를 발견했다.
알츠하이머는 발병 요소는 다양하지만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여러 요소를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화학도구 개발이 활발한 상황이다.

울산과기원(UNIST·총장 정무영)은 임미희 자연과학부 교수와 제프리 데릭 연구원(이하 임 교수팀)이 ‘DMPD’라는 분자가 알츠하이머 질환을 일으키는 여러 요소에 한꺼번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지’ 최신호 온라인 속보로 발표됐다.
임 교수팀이 발견한 분자는 크기가 작아 합성이 편하고 병의 여러 원인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치료제 후보로 주목된다. 알츠하이머 질환의 다양한 원인에 대응할 수 있는 ‘멀티 타겟 치료제’ 후보를 찾았다는 평이다.
임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DMPD를 포함한 저분자 화합물이 알츠하이머 질환 치료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화합물은 잘못 접힌 단백질 집합체의 작용을 통제해 알츠하이머 질환을 완화시켰다.
임 교수팀은 이후 DMPD라는 분자 하나만으로 알츠하이머 질환의 여러 원인 요소를 억제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로 알려진 ‘잘못 접힌 단백질(예, 아밀로이드-베타)’과 ‘금속’ ‘활성화 산화종’ 등에 DMPD가 작용해 이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특히 아밀로이드 베타의 경우 금속이 결합하든 아니든 독성이 없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었다.
이 내용은 알츠하이머 질환에 걸린 쥐를 통해 검증했다. 실험 쥐에게 매일 쥐 몸무게 1kg 당 1mg의 DMPD를 한 달 동안 주사해 경과를 살핀 결과 DMPD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DMPD를 맞은 알츠하이머 쥐를 대상으로 5일 동안 인지 및 습득력을 테스트하자 보통의 쥐와 같은 인지능력과 학습 능력을 회복했다.
임 교수는 “단일 분자로 알츠하이머 질환의 다양한 원인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치매 신약 개발 비용과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