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에서 중국과 미국이 슈퍼컴퓨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중국이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3년 연속 최고 성능 1위에 올라 의기양양한 반면에 미국은 절치부심, 선두 자리를 되찾기 위해 국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합니다. 슈퍼컴퓨터가 무엇이기에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이 관심을 쏟는 것일까요? 우리가 흔히 아는 컴퓨터와 슈퍼컴퓨터는 어떻게 다를까요? 알듯하면서도 잘 몰랐던 슈퍼컴퓨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슈퍼컴퓨터가 무엇인가요.
A: 먼저 슈퍼컴퓨터라고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슈퍼(Super)’라는 단어 때문에 일반 컴퓨터보다 훨씬 크거나 특별한 기능을 가진 컴퓨터라는 느낌이 들 겁니다. 특별한 힘과 능력을 가진 ‘슈퍼맨’처럼 말이죠. 맞습니다. 슈퍼컴퓨터는 슈퍼맨처럼 보통의 컴퓨터로는 엄두도 못 낼 대용량 정보를 아주 빠르게 연산처리 하는 장비입니다. 연산은 쉽게 말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같은 계산을 뜻합니다. 첨단 과학기술을 연구하려면 수십만, 수백만 가지 상황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양의 연산을 해야 할 때가 많은데요. 이런 연산을 보통 컴퓨터보다 수백배 빠르게 하는 것이 슈퍼컴퓨터입니다.
Q: 어디에 활용하는 건가요.
A: 자동차 충돌 시험을 한번 생각해볼까요. 사람 모양 인형을 앉혀놓고 차를 벽면에 충돌시키는 실험장면을 본 적 있을 겁니다. 새로 제작한 차가 사고 날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험하는 건데요. 이때 사용되는 인형이 2억원이 넘습니다. 여러 번 실험해야 하니까 자동차 값도 많이 들고 실험 비용도 적지 않겠죠? 슈퍼컴퓨터로 가상 충돌실험을 시뮬레이션하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실험 정확도도 훨씬 높아지고요.
이건 하나의 예일 뿐이고요. 비행기를 설계한 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또 태풍 진행 방향을 예측하거나 신약개발·수소연료 개발·우주기원 해석 등 거대 과학기술 개발에 더 많이 활용되는 것이 슈퍼컴퓨터입니다.
Q: 슈퍼컴퓨터가 왜 중요한가요.
A: 슈퍼컴퓨터가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5년이 걸릴 연구를 다른 나라 연구자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한 달 만에 해치운다면 제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연구자라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자전거와 시속 300㎞의 KTX가 같은 출발선에서 경주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되는 거죠. 더구나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면 연구에 드는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고 연구 성과 수준도 매우 뛰어납니다.
슈퍼컴퓨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슈퍼컴퓨터가 없으면 아예 해결이 불가능한 연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주생성 과정을 찾거나 인체 유전 정보를 분석해서 ‘인간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같이 계산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아서 슈퍼컴퓨터 없이 할 수 없는 연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과학기술은 ‘생각의 속도로 발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빨리 발전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발전하는 가운데서도 1등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 또 과학기술입니다. 우리가 10년을 연구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하루 먼저 개발해 국제특허를 내 버리면 물거품이 되는 거죠. 슈퍼컴퓨터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Q: 슈퍼컴퓨터를 얘기할 때 낯선 용어들이 있던데요. 테라플롭스와 페타플롭스가 무엇인가요.
A: 테라플롭스와 페타플롭스를 이해하려면 먼저 플롭스(Flops)를 알아야 합니다. 플롭스란 1초에 수행할 수 있는 연산의 수입니다. 1초에 100만번을 연산할 수 있으면 메가플롭스(MegaFlops), 10억번을 연산할 수 있으면 기가플롭스(GigaFlops), 1조번을 연산할 수 있으면 테라플롭스(TeraFlops), 1000조번을 연산할 수 있으면 페타플롭스 (PetaFlops)라고 합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슈퍼컴퓨터를 사랑한 슈퍼맨’ 찰스 J 머리 지음. 이재범 번역. 지식함지 펴냄.
1951년 세인트폴에 있는 오래된 글라이더 공장에 부드러운 말씨와 홀쭉한 몸매의 젊은 청년이 입사한다. 미네소타대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은 시모 어 R 크레이. 그날 이후 컴퓨터 기술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크레이는 빛나는 경력 속에서 슈퍼컴퓨팅 업계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토머스 에디슨’ ‘이벌 키니벌’ 등으로 불렸다. 이 책은 슈퍼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모어 크레이와 그의 동료들에 관한 얘기다.
◇‘컴퓨터 과학이 여는 세계’ 이광근 지음. 인사이트 펴냄.
생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컴퓨터·소프트웨어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원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으며, 컴퓨터가 우리의 지능, 본능, 현실을 어떻게 확장시키고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책은 컴퓨터과학의 근본에 대한 질문에 명쾌하게 설명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