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요 국제기구 요직을 차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 나섰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녹색기후기금(GCF)이 대상이다. 국제기구 입성 여부로 우리나라 경제외교력이 재평가 받을 전망이다.
23일 기획재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우리나라 현직 관료나 관료 출신 인사의 ADB, AIIB, GCF 진출이 기대된다.
중국 주도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 57개국이 참가한 AIIB는 다음 달 창립을 앞뒀다. 최근 12개 이사국 중 하나로 잠정 확정된 우리나라는 부총재직 확보에 나섰다. 부총재는 AIIB 본부가 위치한 중국 베이징에 상주하며 경영에 직접 참여한다.
AIIB 협정문은 부총재를 ‘1명 이상’ 두도록 했으며, 총 2~5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AIIB 회원국 중 다섯 번째(역내 국가 중 네 번째)로 많은 3.81% 지분을 갖고 있어 부총재직 확보 전망이 밝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진리췬 AIIB 총재 지명자를 만나 한국이 부총재직을 맡을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재직 확보 가능성을 가늠하기는 아직 어렵다”며 “최종 확정은 내년 초 있을 창립총회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유치한 GCF에도 우리나라 현직 관료 진출이 기대된다. GCF 사무국은 세계 각국 국제기구·민간 출신 인사로 구성됐다. 아직 어느 나라도 현직 관료를 입성시킨 사례는 없다. 기재부는 관련 작업을 추진 중으로, 내년 초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GCF에 진출하는 국내 인사는 고위급보다 실무진이 될 가능성이 높다. GCF 사무국은 사무총장과 4명 국장(국가사업부, 적응감축부, 민간영역참여촉진부, 재무부)으로 구성됐다. 4명 국장 임기가 아직 남은 만큼, 현직 관료가 진출하더라도 서기관·사무관급 실무진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사무국을 유치했기 때문에 사실상 사무총장 진출은 기대할 수 없고 4명 국장 자리도 지금은 힘들다”며 “실무진 자리를 이미 많은 나라가 노리고 있으며 진출 시 해당국에 직·간접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1월 임기를 마치는 호주 출신 ADB 부총재 후임 자리도 노리고 있다. 최근 공석이 된 2개 부총재 자리에 관료 출신을 추천했지만 인도, 인도네시아에 고배를 마셨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2003년까지 계속 ADB 부총재를 배출했지만 이후 12년 동안 기회를 놓쳤다. 정부가 부총재직 확보에 적극적이고 경쟁국이 줄어든 만큼 내년 성공 가능성은 높다. 비교적 낮은 지분율과 ADB를 주도하는 일본과 정치적 갈등은 걸림돌이다.
ADB 부총재 후보 추천과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고위급 인사가 적극적으로 ADB와 접촉하는 만큼 이번에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 인사 진출이 기대되는 국제기구>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