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은 점점 더 ‘극단적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경영환경이 점점 더 불확실해진다는 이야기는 자주 듣지만 지금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극단적 불확실성이 일반적 불확실성과 차별되는 가장 큰 요인은 목표지점이 전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전대미문 극지 탐험에 비유되는 환경조건과 유사하다. 우리 기업은 그동안 험난한 시장 환경에서도 잘 버텨왔지만 그래도 누구를 따라갈 것인지,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가 어느 정도 가늠이 됐다. 즉 방향타가 되는 선발주자나 기술개발 목표 정도는 가지고 불확실성에 맞설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 기업이 마주하는 불확실성은 망망대해에서 한정된 자원만을 싣고 스스로 좌표를 정하면서 모든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극단적 불확실성은 기업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에게도 똑같이 작용한다. 이에 따라 우리 젊은이는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극단적 불확실성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불안하니까’ 청춘이다. 이들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이룰 때까지’ 하는 성공방식이 요구되며 위로받는 ‘힐링’보다는 뜻과 의지로 스스로를 충전시키는 ‘히팅’이 더 중요하다.
극단적 불확실성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성으로 구성된다. 첫째, 무경계성(boundless)이다. 기술 융합화 추세 때문에 산업 간, 업종 간 구분이 점점 더 흐릿해지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역량과 경험을 가진 기업이 순식간에 기존 시장에 침투하는 현상이 어렵지 않게 발생한다. 오랫동안 제품개발과 공장 생산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수백개 협력기업과 촘촘한 공급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삼성전자가 샤오미 같은 창업한 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은 기업에 속수무책으로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알리바바 같은 IT 인터넷 기업이 규제 산업인 금융업에 손쉽게 진출하기도 한다.
둘째, 예측 불허성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3개년 계획을 입안하는 기업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6개월 단위 매출 계획도 어려운 기업이 많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대적인 제조 경쟁력 감퇴와 시장수요 축소로 인해 성장 전략 입안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 상시 위기와 급변성이다. 메르스 사태, 테러, 천재지변 등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를 수시로 경험하고 있다. 최근 우리 제조업에서는 빠른 기술변화로 하루아침에 매출이 급감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 불확실성은 기존 성공방식을 무력화한다. 지금까지 기업은 어려운 선택과 집중으로 차별적 포지셔닝에 성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경계성은 이와 같은 ‘선택과 집중’ 효과를 제거할 수 있다. 가치창출에 필요한 활동을 직접 수행하지 않아도 외부 협력 네트워크로 순식간에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샤오미 사례에서 보듯이 공장이나 이렇다 할 영업·유통망 없이도 글로벌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예측 불허성은 각종 계획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면서도 정작 효과를 보지 못하게 한다. 시나리오 경영으로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지만 수많은 경우의 수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상시 위기와 급변 상황에서 신중한 의사결정의 장점보다는 시기를 놓침으로써 발생하는 폐해가 더 클 수 있다. 매뉴얼 관리로 위기에 대응해 보지만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에는 속수무책일 수 있다.
극단적 불확실성 아래에서는 지금까지 금과옥조로 여긴 성공방식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러한 환경에서 무작정 빨리 간다고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속도가 독이 될 수 있다. 목표지점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이지 속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속도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스피드는 속도계 안에 잘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
극단적 불확실성 속에서 성공을 일구어내는 첫 단계는 분명한 비전 제시와 함께 그 길로 가고자 하는 뜻과 의지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충전된 에너지를 바탕으로 일정한 가치 활동을 중단 없이 반복하면서 불현듯 다가오는 기회를 재빨리 획득해 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새로이 추구해야 할 성공방식이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