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600만불의 사나이 넘어 600만불의 장미

식물판 ‘600만달러의 사나이’라 할 사이보그 장미가 등장했다. 식물 몸체의 일부에 인공으로 된 반도체를 형성시킨 가운데 물과 양분을 흡수하면서 잎사귀 색깔을 변화 시키는 등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미다. 물론 살아있는 생명체다.

데일리메일은 20일(현지시간) 스웨덴 린코핑대 유기전자 연구소 과학자들이 사상최초로 사이보그 장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그누스 베르그렌교수팀이 이끄는 연구진은 도전성 폴리머를 장미의 물관부 시스템에 흡수시켜 이들이 반도체회로 구조를 형성토록 했다. 이들은 말그대로 몸 일부가 인공반도체인 사이보그 장미를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식물의 감시, 성장조절, 그리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광합성에 접근하는 방법 등 수많은 가능성을 찾았다. 이 연구성과는 사이언스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지에 실렸다.

스웨덴연구팀의 연구는 식물 내부의 성장과 다른기능을 조절하는 것을 포함한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이보그 장미는 전압 변화에 따라 잎사귀의 색깔을 변화 시킨다. 사진=린코핑대
스웨덴연구팀의 연구는 식물 내부의 성장과 다른기능을 조절하는 것을 포함한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이보그 장미는 전압 변화에 따라 잎사귀의 색깔을 변화 시킨다. 사진=린코핑대

이 연구는 아직까지 초기단계지만 연구진들은 전류를 이 사이버장미시스템에 흐르게 하는 것 만으로도 장미잎사귀 색깔을 바꿀 수 있었다.

2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얻은 이 성과는 식물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연구진은 이 발견을 바탕으로 에너지개발, 유지, 식물과의 상호교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진정으로 발전 전력을 갖는 식물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식물안에 센서를 넣고 엽록소에서 형성된 에너지를 사용하고, 또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낸다. 모든 것은 저절로 발생한다. 우리는 식물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매우 앞선, 독특한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식물들은 반도체성 폴리머를 이용해 이온과 성장호르몬을 전달하게 된다. 유기체의 시스템에서는 이런 과정이 천천히 일어난다.

하지만 엘레니 스타브리니도우 연구원은 식물의 물관부에 ​PEDOT-S라는 폴리머를 흡수시킨 후 두꺼운 도체성 폴리머막을 만들어 아날로그 트랜지스터 역할을 하도록 했다.

장미속에 있는 폴리머는 전압을 가하자 전기선에 있는 이온과 상호반응해 잎사귀 속에 있는 폴리머의 색깔을 바꾸었다. 이에따라 잎사귀 색깔도 바뀌었다.

장미의 물관부에 액체로 반도체를 형성해 버튼터치에 따라 색깔변화를 보여준다.사진=린코핑대
장미의 물관부에 액체로 반도체를 형성해 버튼터치에 따라 색깔변화를 보여준다.사진=린코핑대
스웨덴연구진들이 온전히 기능하는 사이보그식물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살아있는 식물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자회로를 물관부 내부에 형성시켰다.  또한 잎사귀들은 색깔을 변화시켰다.  이 살아있는 장미 속의 물관부 시스템을 이용해 연구원들은 식물 내부에 핵심전자회로를 형성할 수 있었다.  사진=린코핑대
스웨덴연구진들이 온전히 기능하는 사이보그식물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살아있는 식물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자회로를 물관부 내부에 형성시켰다. 또한 잎사귀들은 색깔을 변화시켰다. 이 살아있는 장미 속의 물관부 시스템을 이용해 연구원들은 식물 내부에 핵심전자회로를 형성할 수 있었다. 사진=린코핑대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명령에 따라 컬러를 바꾸고 환경센서로서도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이버식물의 탄생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보그 식물의 탄생

사이보그식물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히 식물에 전기선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순탄한 방식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진공침투(vacuum infiltration)방식을 사용해 장미 안에 나노셀룰로스 섬유를 보냈고 3D스폰지같은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진공침투는 세포 사이에 있는 식물조직의 세포에 여러가지 물질을 침투시킬 때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 구조 안에 있는 작은 빈 공간들은 폴리머로 가득찼다.

이로써 연구진은 식물에 전기선을 집어넣지 않고 식물이 반도체성질을 가지게 만들 수 있었다.

연구진은 진공침투(vacuum infiltration)방식을 사용해 장미 안에 나노셀룰로스 섬유를 보냈고 3D스폰지같은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진공침투는 세포 사이에 있는 식물조직의 세포에 여러가지 물질을 침투시킬 때 사용되는 방법이다. 전압이 가해지면 폴리머는 장미에 있는 이온과 상호작용해 잎사귀의 색깔을 바꾸게 된다. 사진=린코핑대
연구진은 진공침투(vacuum infiltration)방식을 사용해 장미 안에 나노셀룰로스 섬유를 보냈고 3D스폰지같은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진공침투는 세포 사이에 있는 식물조직의 세포에 여러가지 물질을 침투시킬 때 사용되는 방법이다. 전압이 가해지면 폴리머는 장미에 있는 이온과 상호작용해 잎사귀의 색깔을 바꾸게 된다. 사진=린코핑대

연구진은 장미의 줄기를 잘라 물에 녹아있는 도전성 폴리머가 있는 곳에 놓고 이 물질이 식물의 물관부로 흡수되는지를 관찰했다. (물관부는 식물에 흡수된 물과 양분을 잎사귀까지 이동시켜 주는 통로다.) 장미줄기는 이 폴리머 솔루션(용해액)을 기꺼이 빨아들였다. 폴리머는 장미의 물관부 안에 얇은 막을 형성했고 결국 10cm나 되는 단단한 선을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기본적인 반도체를 형성되도록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화학적 세포는 잎사귀에 있는 액체전해액의 공급을 받았다. 전류가 공급되자 이 세포는 잎사귀 색깔에 아주 약한 변화를 가져왔다.

■식물안에 자연적인 전자시스템 무엇에 쓸꼬?

마그누스 베르그렌 스웨덴 린코핑대유기전자연구소(Linköping University Laboratory for Organic Electronics)교수는 “이제 우리는 정말로 발전하는 식물(power plants)과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식물에 센서를 장착할 수 있고 엽록소에 형성된 에너지를 사용할 수도 있고, 녹색 안테나를 생산할 수 있으며, 새로운 물질을 생산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우리는 식물이 가지고 있는 매우 앞선, 독특한 시스템을 사용한다. 우리가 아는 한 이전까지 식물 안에서 전자제품이 만들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없다. 아무도 이전까지 이런 것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베 닐슨 우메아식물과학센터 식물재생산생물학교수는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살아있는 식물안에서 다양한 분자가 집중되는 것을 측정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식물에 있는 성장과 생장을 조절해 주는 다양한 물질이 집중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이 식물자체의 구조와 생물학을 이용해 사이보그 식물을 만들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베르그렌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종이 위의 인쇄회로전자연구를 해 왔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 위한 초기 아이디어는 투자자들의 관심부족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2012년 크누트앤앨리스발렌베르그 재단이 투자하면서 결국 베르그렌과 그의 연구팀이 핵심발견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