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토종 핀테크 성공열쇠는 협업과 오픈API

홍필태 하나카드 미래사업본부장
홍필태 하나카드 미래사업본부장

카드업계는 내년으로 예정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천억원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불결제 업종은 소비자에게 신용공여 등 편익을 제공하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를 카드사가 부당이익을 가져가는 것처럼 혼동해 여론은 우호적이지 못하다.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을 앞둔 카드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한 각종 서비스와 프로모션 축소,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을 고민한다. 시장에는 두세 개 카드사 매각설까지 있다.

본래 사업영역에서 마른 수건 짜기를 하는 시기에 카드업계(지불결제업종 포함)를 더욱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핀테크 사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불결제 시장에도 수많은 페이(Pay)가 등장했다. 우리는 이런 핀테크 환경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교훈을 배웠고 이 교훈이 우리나라 지불결제 시장 공존을 위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다.

과거 시행착오에서도 겪었듯이 핀테크는 가입자 쟁탈전이 아닌 협업을 통한 소비자 편익 제공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시장도 작다. 쉽게 가입자를 모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반대로 보면 많은 사업자가 소모적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까지 수많은 페이 사업자가 소모적 마케팅에 ‘올인’하는 이유다. 이 같은 과열 경쟁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협업의 모범 사례는 삼성페이 상용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초 카드사는 개별 토큰 방식으로 삼성페이와 연동했다. 하지만 이는 제휴카드 마일리지 적립불가 등 문제를 겪게 된다. 하반기에는 카드사 전체가 통합 토큰방식 채택과 카드사별 담당 제휴사를 나눠 마일리지 등이 연동되도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비자가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데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공동 협업이 일찍 이뤄졌다면 6개월 이상은 빠르게 대응했을 것이다. 그래도 협업이라는 좋은 교훈을 배웠다.

핀테크는 오픈 플랫폼, 오픈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 모바일 결제방식과 관련 유심과 앱카드 방식을 놓고 논란이 됐다. 이통사 유심 다운로드 비용을 피하기 위해 몇몇 카드사가 바코드 방식인 앱카드를 개발했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물론 유심방식 모바일 카드도 전 국민이 사용할 정도로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유별나게 핀테크 기술을 만들면 시장을 확보하기 전에 수수료부터 챙기려는 습성이 있다. 시장 형성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불결제 사업은 고객으로부터 고정된 수수료를 받아, 편의를 주는 핀테크 기술에 수수료를 줘야 한다.

시장에서 통하는 좋은 핀테크 기술이라면 우선 가입자 확보를 위해 카드사와 함께 고객을 무상으로 넓히고, 향후 몇 년 후 시장 반응에 따라 수익을 거두면 된다. 카드사 매출이 늘었다면 카드사에, 고객 효용이 증대했다면 고객에게 비용을 부과하면 된다.

현재 통신사가 출시하는 페이 플랫폼도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 다른 페이도 마찬가지다.

이제 고객이 편리한 플랫폼을 선택하면 된다. 그럼에도 카드사는 카드 매출을, 통신사는 통신가입자 증대를, 단말 제조사는 단말기 매출증대 보조수단으로만 활용하려 한다.

이제는 수십개에 달하는 페이 API를 공유할 시기가 왔다. 같이 협업체계를 꾸려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핀테크 시장도 국익을 고려한 미래 발전적 정책이 필요하다. 애플페이가 중국에 진출할 때 은련은 중국에서 이미 확보해 둔 비접촉식 IC단말기(EMV규격) 인프라를 무기로 애플의 결제 수수료를 낮췄다.

우리도 카드사가 공동으로 영세가맹점을 대상으로 미래지향적 인프라를 설치할 기회가 있었지만 몇몇 회사의 근시안적 사고로 기회를 놓친 일이 있다. 그러면서도 EMV 기반 애플페이가 한국 진출 타진 시 앞다퉈 유치하겠다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중국이 부럽게 느껴진다. 좁은 한국 시장에서 근시안적으로 대응해 누가 이익을 보겠는가. 미래를 생각하고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홍필태 하나카드 미래사업본부장 hopiti@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