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대표 ICT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 때문이다.
ECJ는 당시 EU와 미국 간 정보공유 협정인 ‘세이프 하버’가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며 이에 무효 판결을 내렸다. 개인정보가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 감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판결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는 데이터 저장 장소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외신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세이프 하버 협정으로 유럽이 미국과 공유하는 개인정보만 17.2%다. EU 내에 안전하게 저장된 정보보다 많다. 그만큼 저장소를 추가로 세우는 데 드는 비용이나 장소 물색에 드는 부담도 적지 않다. 이전처럼 고객 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에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미국 정부도 걸림돌이다. 데이터센터 해외 이전은 미국 IT기업이 정부로부터 고객 데이터를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다.
EU 기업 고객 요구도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기업 74%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 자국이 아니더라도 EU 내 데이터센터를 두기를 원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MS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유럽 고객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독일에 건립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관 감청 논란으로 잃은 유럽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데이터는 독일 최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티시스템스가 보관한다. EU와 일부 주변국 고객이 대상이다. 서비스는 내년 하반기부터 제공한다.
아마존은 2017년 초 유럽에 아마존 웹 서비스(AWS) 세 번째 데이터센터 문을 연다고 밝혔다. 워너 보겔스 AWS CTO는 “데이터 저장 위치에 대한 유럽의 강력한 규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이전은 사실 데이터 보호만큼이나 성능 면에서 중요하다. 유럽 내 데이터센터를 두면 메시지 지연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밀리 초(㎳) 단위 지연이라도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 시장에서 특히 그렇다. 유럽 내 기업이 원하는 바다. AWS가 독일 트레이딩 허브에 가까운 프랑크푸르트 주변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한 이유기도 하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