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동의 사이버세상]<20> 심리적 충격 노리는 사이버테러

[손영동의 사이버세상]<20> 심리적 충격 노리는 사이버테러

테러의 주된 목적은 폭력 자체라기보다 심리적으로 광범위한 공포 분위기 확산에 있다. 인터넷과 미디어 발달은 심리적 공포를 일순간에 전파할 수 있게 해 국제적 테러를 증가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테러사건 현장중계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큰 충격과 공포를 유발해 테러분자가 노리는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폭력을 수단으로 하는 테러집단에 많은 전략적 이점을 제공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그들의 이념·주장·목표를 은밀하고 신속하게 전달한다. 24시간 상담데스크를 만들어 조직원을 모집하고 테러 행동요령을 교신하면서 정보기관 감시를 따돌린다. 인터넷을 이용한 선전(propaganda)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무차별적 잔혹성을 자기브랜드화해 젊은이의 마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면서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테러리즘은 사람이 저지르는 인재(人災)며 인류 공동의 적이다. 하지만 다수의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국가나 개인 또는 세력 간에는 테러를 같은 시각으로 보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약자라는 느낌과 절박함에 사로잡힌 개인이나 집단은 테러를 증오하기보다 옹호하고 영웅시하는 경향도 있다.

자살테러는 위력적이다. 자살테러는 충동적으로 자행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연쇄적인 테러공격 일환으로 자행된다. 테러분자는 자살테러를 약자의 합리적인 투쟁 수단으로 인식한다.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정밀타격과 자살테러에 의한 목표타격은 같은 전투양식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고도로 밀집된 도시는 테러리스트에게 무제한적으로 공격표적을 제공한다. 무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자비한 공격은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는 극단적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때 사람들 각자가 소유한 스마트기기는 자발적으로 공포를 확산시키는 도구가 된다.

이들은 국가의 힘에 직접 도전하지 않는다. 테러 대응과정에서 정부 실수나 과잉조치를 유도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과도하고 성급한 대응으로 무능을 드러내게 해 정부 방침과 당위성을 약화시키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힌다. 사람들의 정부를 향한 신뢰를 무너뜨림으로써 공격대상에 정치적·심리적 압박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의 테러는 대체로 폭탄공격·하이재킹·인질납치 등과 같은 형태로 나타났지만 디지털 기술이 이들과 결합하면서 복잡다단하게 바뀌고 있다. 이 중 사이버테러는 아주 교묘하게 진행되고 예상치 못한 광범위한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 민간은 물론이고 군사·행정·공공의 정보자산이나 사회 운용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거나 가중시킨다. 세상을 바꾸고 있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무지가 사이버테러를 더 두렵게 만들기도 한다.

사이버테러는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첫째, 정보공격이다. 정보자산의 기밀성·무결성을 침해해 정보 자체를 절취·손상·변조한다. 둘째, 기반시설 공격이다. 국가 주요 인프라를 운영하는 플랫폼을 파괴하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목적으로 사이버공격을 물질적 피해로 연결한다. 셋째, 기술적 조장이다. 사제폭탄 제조방법을 유포하고 행동요령을 전달·지원한다. 넷째, 기금마련 및 홍보다. 폭력적 행동을 지지하는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테러의 대의명분이나 이념을 확산시켜 조직원을 모집·훈련시킨다.

반(反)테러나 대(對)테러 초점은 예방에 있다. 테러를 막는 것도 사후수습도 어려운 일이지만 사이버테러는 더더욱 어려워 기존의 대테러 정책을 부분 보수해서는 진일보하고 있는 사이버테러에 대응할 수 없다. 사이버테러는 상당히 기술적이고 심리적이며, 이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사람들이 감당해내기 어려운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 적의를 품은 비국가 행위자와 싸우는 사회는 이들의 공격을 심리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지구력과 인내력이 필요하게 됐다.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viking@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