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OCI머티리얼즈 인수… 반도체 소재 사업 본격화

SK그룹이 반도체 특수가스 전문업체인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반도체에 이어 소재 산업까지 진출하면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SK홀딩스는 이사회를 열고 OCI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원(주당 9만3000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24일 밝혔다. SK와 OCI는 이사회 결의 후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SK는 통합지주사 SK홀딩스 출범과 함께 5대 신성장 분야로 반도체 소재 사업을 꼽은 바 있다.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도 안정적인 공정 소재 조달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셀 생산에 필요한 삼불화질소(NF3), 모노실란(SiH4), 육불화텅스텐(WF6), 디클로로실란(SiH2Cl2), 다이실란(Si2H6) 같은 특수 가스를 판매한다. 증권가는 주력은 NF3로 OCI머티리얼즈 매출액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NF3는 반도체 웨이퍼나 디스플레이 박막트랜지스터(TFT) 원판 위에 절연막이나 도전막을 입히는 화학적증기증착(CVD) 공정 후 체임버 내에 남아 있는 잔류물을 화학적 반응으로 제거하는 특수 가스다.

최근 반도체 업계는 공정 미세화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번 혹은 세 번에 걸쳐 회로 패턴을 새기는 다(多) 패터닝 공정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CVD 작업 횟수도 늘어나 NF3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적층 구조 3D 낸드플래시 역시 일반 평면형 제품 대비 CVD 공정 횟수가 늘어 보다 많은 NF3가 필요하다.

OCI머티리얼즈는 효성, 미국 에어프로덕트, 일본 간토전화공업 등과 함께 매출액 기준 세계 NF3 공급량 95%를 점유한다. OCI머티리얼즈는 45%, 에어프로덕트와 간토전화공업이 각각 20%, 효성이 1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OCI머티리얼즈는 주요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 주변에 사업장이 위치한 물류상 이점을 살려 업계 1위로 올라섰다. NF3는 CVD 체임버와 직접 연결돼 상시적으로 공급되는 소모품이므로 중간에 조달이 끊어지면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신뢰 역시 경쟁력으로 꼽힌다. 든든한 자금력을 갖춘 SK그룹에 인수되면서 OCI머티리얼즈 경쟁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기업과 사업 협력 및 중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 공략 등으로 관련 사업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로 SK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NF3를 안정적으로 조달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NF3는 반도체 호황으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 2~3년간 반도체 업체 간 NF3 확보 경쟁이 치열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NF3는 범용 제품이어서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업황이 바뀌고 가격이 급등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제조업에 진입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이 OCI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NF3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은 꾸준한 고성장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가 2017년까지 15조원 이상을 투자해 평택에 반도체라인을 건설하고 있고 중국 반도체 소재사업이 취약한 상황에서 중국에 생산설비를 갖고 있는 OCI머티리얼즈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