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객반위주(客反爲主)

[프리즘]객반위주(客反爲主)

인천시가 산하 기관 대상으로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이 지난 7월 취임 1주년을 맞아 공공기관 개혁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공공기관 통폐합과 부실 기관장 해임 얘기까지 꺼냈다. 인천시 산하 공공기관 분위기는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재정위기가 심각하다. 예산을 집행하는 출연기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대상은 4개 공기업과 3개 출자기관, 13개 출연기관 등 20개 공공기관과 19개 특수목적회사(SPC)다. 방만하게 운영하는 공공기관을 손보고 유사 기능이나 중복 사업을 합치는 것은 언제라도 필요한 일이다. 상당수 SPC는 부실경영이 심각해 벌써 정리했어야 했다.

가끔 터무니없는 얘기도 들렸다. 압권은 인천정보사업진흥원과 인천테크노파크 통폐합 추진이다. 두 기관 모두 인천시에서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출연기관이다. 한 곳은 미래부, 다른 곳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인천시가 독자적으로는 통폐합을 운운할 수 없는 기관이다.

설사 두 부처가 통폐합을 용인해 성사된다 해도 문제다. 사업비를 지원하는 부처가 다르니 통합된 새 기관 내부에서 주도권 다툼이 일 것이 뻔하다. 흡수하는 쪽은 점령군으로 힘을 쓰겠지만 흡수당하는 쪽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인천테크노파크 대신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은 인천시가 100% 출자한 곳이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경제 분야 공공기관을 타깃으로 무리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근에서야 인천시가 한발 물러선 듯하다. 기관을 통째로 통폐합하는 것보다 중복 기능만 합치거나 비슷한 업무를 조정하는 차원의 통합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찾기 시작한 셈이다. 스스로 둘러 친 울타리에 갇혀 억지로 진행하는 통폐합은 ‘객반위주(客反爲主)’의 우를 범하는 일이다.

김순기 전국부 부장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