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감시국가

[북스 클로즈업]감시국가

“테러범 이메일이 여러분의 이메일과 저 이메일과 함께 지메일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국(NSA)이 여러분을 계속 안전하게 지켜주기 바란다면 정보기관 업무에는 여러분의 데이터가 저장된 공간에 접근하는 일도 포함돼야 할 것입니다.”-마이클 헤이든 전 NSA국장

“감시는 권력과 같습니다. 상대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다방면에서 상대를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습니다. 감시국가가 가장 기본적이고 정치적인 자유에 위협적인 존재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글렌 그린월드 스노든 폭로 특종 기자

파리 테러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국가와 정보기관 사이버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책은 국가 안위를 위해 사이버 감시활동이 불가피하다는 진영과 이러한 활동이 필연적으로 국민 자유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진영간 토론을 담았다. 국가감시에 관한 세계 정상급 논객의 불꽃 튀는 토론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 국가안보국(NSA) 무차별 감시에 관한 세계 정상급 논객의 멍크 디베이트를 엮었다. 멍크 디베이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연 2회 각 분야 최고 권위자나 전문가가 특정 주제를 놓고 벌이는 토론회다. 멍크디베이트 구성은 독특하다. 2인 1조를 이룬 패널이 일종의 토론 배틀을 벌인다. 운동경기로 치면 복식 대결이다.

국가 감시를 반대하는 쪽은 스노든 폭로를 특종한 글렌 그린월드 기자와 레딧(Reddit) 공동창립자 알렉시스 오헤니언이 나섰다. NSA감시프로그램을 구축한 핵심인물인 마이클 헤이든 전 NSA국장, 하버드 로스쿨 교수인 앨런 더쇼비츠가 찬성 쪽에 섰다.

2014년 5월에 열린 토론 주제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를 통해 대중에 던지고자 했던 질문 중 하나다. ‘국가감시는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정당한 수단인가?’다. 국가감시는 테러 방지와 범죄자 수사를 위해 정부가 정보기관을 동원해 내외국인을 감시하는 행위다.

실제로 범죄 혐의자 휴대폰 도청과 인터넷 사용 내역 확인이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감시가 테러와 범죄에 한정된다면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대상이 나라면 과연 국가감시에 우호적일 수 없다.

토론자들은 국가감시가 국민 사생활을 어느 정도 침해할지, NSA는 모든 세계인 개인정보를 수집하는지, 범죄 예방을 위해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양보할 지에 대해 서로 상반된 답을 내놓는다.

근대 국가 출현 이후 공권력과 개인의 자유 침해 사이의 갈등은 계속됐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일부의 논쟁거리였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된 디지털사회에서는 양상이 다르다. 감시 범위가 극도로 넓어지고 프라이버시 침해 사실 여부와 범위조차 일반인이 파악하기 힘들다. 또 개인 정보가 일단 인터넷에 뿌려지면 확산속도가 빨라 개인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이 책의 토론자들은 모두 자기 분야 최고 수준의 식견과 논리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감청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내 상황을 대입하면서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렌 그린월드 외 지음. 오수원 옮김. 모던타임스 펴냄. 1만3000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