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인포테인먼트 OS `춘추전국`....구글·애플도 그저 하나일 뿐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운용체계(OS)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로 양분된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 분야는 다양한 규격의 플랫폼으로 시장이 혼재돼 있다. 업계가 단일 플랫폼에 종속을 꺼리기 때문이다. 사실상 강력한 표준은 기대하기 힘든 형국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별·지역별·업계별·기술별로 서너 개의 각기 다른 플랫폼이 채택되고 있다.

우선 고급차종과 일반차종에 따라 플랫폼이 나뉜다. 차량에 직접 CPU와 모뎀칩을 장착하는 고급차종과 스마트폰과 연동해 인포테인먼트를 지원하는 일반차종 플랫폼이 전혀 다른 규격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급차종에는 QNX·리눅스·안드로이드오토(구글) 등이 주로 채택되고 있다. 일반 차종에는 구글과 애플, SDL·카라이프·미러링크·미러캐스트 진영이 춘추전국 시대를 이루고 있다.

고급차종 분야에서는 리눅스 성장세가 두드러지지만 리눅스 안에서도 서로 다른 계열로 분화되고 있다. BMW 등 유럽 자동차 회사가 주도하는 지니비(Genivi) 계열과 토요타 등 일본 기업이 주도하는 AGL오토모티브, 중국 알리바바의 윤(YUN) OS 등으로 나뉘었다. 지역에 따라 인기를 끄는 모델들이 달라 각 기업은 해당 지역별로 모델을 다르게 적용한다.

일반 차종 OS도 각양각색이다. 지난 6월 포드와 토요타는 미국 시장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장악을 위해 손을 잡았다. 두 기업은 SDL(Smart Device Link) 기술을 플랫폼으로 추진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기업이 손을 잡으면서 향후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분야는 최소한 미국에서는 구글이나 애플이 아닌 SDL이 장악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음성인식비서 시리가 탑재된 애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플레이`
음성인식비서 시리가 탑재된 애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플레이`
현대 소나타 안드로이드 오토 탑재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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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바이두가 주도하는 카라이프가 대세로 떠올랐다. 과거 노키아가 주도했던 미러링크 기술이나 가전회사들이 중심인 미러캐스트 기술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혼란스럽다. 애플리케이션 업체가 차량별로 모두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 버전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공동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미들웨어가 부상하고 있다. 브라우저를 비롯한 전용 프로그램이 다양화된 플랫폼의 공통분모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을 지켜본 자동차 업체들이 구글이나 애플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OS 관련 업체들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어 사실상 표준화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