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포럼]대한민국 변화 중심은 ‘에너지 新산업’

[에너지 포럼]대한민국 변화 중심은 ‘에너지 新산업’

제19대 국회 여정이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는 그동안 묻어 두었던 400개에 달하는 법을 심사하는 데 여념이 없다. 입법은 대한민국 바로미터를 정하는 중요한 나침반으로 신중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법의 중요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기에 소위 위원들 책임은 막중하기만 하다. 법을 통해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기도,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산업 흥망성쇠가 법안의 자구 하나에 달려 있는 때도 많다. 그래서 여야, 위원 개인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 발의 당시 부딪혔던 저항은 실로 대단했다. 일명 ‘전하진 법’이라고 불리며 아낀 전기를 팔 수 있는 ‘수요자원거래시장’을 만들자는 게 가장 큰 골자다. 100년간 전력시장을 독점해오던 기득권과 전면으로 부딪치는 개정안이었다. 결국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DR사업 취지를 설득해 지난해 11월 제도가 시작됐다. 많은 우려 속에서 개장한 수요자원거래시장은 민간의 적극적 참여와 시장 선순환 속에 에너지신산업 선도적 모델이 되고 있다. 전력거래가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됐다는 평가와 함께 올해 5월까지 총 14만2557㎿h 규모로 300억원가량 전력 감축 실적을 발생시켰다.

무엇이 선도국가를 만드는가. 세계 역사를 주름잡은 선도국은 하나같이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제3차 산업혁명은 에너지산업이 주도할 것이다. 에너지 산업을 선점하려는 열강의 노력이 대단하다. 일본은 이미 내년에 전기 소매시장 완전 자유화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를 국가 주요정책으로 설정하고 세계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40%를 잠식하는 거대한 마스터플랜으로 에너지권력을 독점하려 한다.

세계의 흐름이 이러한데 유독 우리나라만 변화와 혁신에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키는 듯하다. 국회는 이러한 정부의 안일함을 일깨우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고 있다. 입법으로 신산업을 창출해낼 수 있는 것만큼이나 국민이 국회에 준 권한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또 있으랴.

정부 슬로건인 ‘창조경제’와 ‘혁신’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정부의 소극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은 세계 에너지신산업 시장에서 화려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연료전지 시장 60%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40%를 우리나라 기업이 점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너지신산업 맹주로서 수출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고 기존 흐름에 안주한다면 이는 곧 패망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과거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 신무기에 한순간 격파 당하듯, 첨단 기술로 무장한 국가 사이에서 현재의 안락함에 모험을 포기한다면 선도국가 반열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제19대 국회, 나는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시킨 전력산업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개척한 ‘전기사업법’처럼 이번의 ‘지능형전력망 일부개정안’도 변화와 혁신의 어젠다를 앞세워 통과시킬 것이다. 결국 신산업을 갈망하는 모든 이에게 새로운 희망과 변화의 촉발제가 될 것이며 홀로 고군분투하는 신에너지기업에 지원군이 돼줄 것으로 확신한다.

변화를 향한 첫 발걸음은 항상 무겁다. 국회 혁신을 향한 지속적 노력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변화를 ‘긍정’으로, ‘희망’으로, 그리고 ‘창조’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까지 세계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기업이 지금처럼만 잘 활약해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전하진 국회의원(새누리당) hajin@haj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