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과학기술 연구와 연구장비 발전은 동전 양면과 같이 불가분한 관계다.
수많은 새로운 과학 이론과 발견에는 독자적인 연구 데이터를 제공하는 신개념 장비가 있었다. 일본 문부과학성(MEXT) 발표에 따르면 1914년 이후 과학분야 노벨상 85%가 연구장비 고도화로 인한 새로운 발견에 따른 결과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연구기관 및 기업, 대학 등의 노력으로 첨단 연구장비 개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상용화, 사업화 경험 및 인프라 부족, 국산 장비 신뢰성 부족 등으로 국산장비 구매를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피 이유는 장비 신뢰성 부족과 특허 및 분석 표준 선점, 사용자에 의한 현장적용 기피로 지금까지 적지 않은 정부 R&D 예산을 투자했으나, 세계 시장에서 국산 연구장비 위상은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늘날 국제 연구환경과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외국산 장비에 의존하는 연구 현장은 최신 연구를 주도적으로 하는 데 한계가 보인다.
연구장비개발 산업은 산학연 및 학제 간 긴밀한 협력 하에 가능하다. 국가과학기술 및 지식집약형 산업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진다.
새로운 연구장비 개발은 다양한 응용과 활용 외에도 산업 고도화 및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국가 경제성장으로도 직결된다.
이를 잘 인식하고 있기에 내가 근무 중인 기초지원연구원에서도 올해 신개념 첨단연구장비 3종(질량분석기, 전자현미경, 핵자기공명(NMR)) 개발을 추진해 왔다. 현재는 첨단광학분석장비 산업육성을 위한 핵심인프라 초정밀광기계센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기초지원연은 과거 미국 고자기장연구소와의 공동연구로 15T FT-ICR의 핵심기술을 습득한 바 있으며 일본 RIKEN연구소와 협업으로 ECR 이온원도 성공적으로 개발한 바 있다.
기초 및 연구장비 기반시설을 연구하는 체코 과학장비연구소(IS:Institute of Scientific Instruments)와는 연구장비개발을 위한 교류를 시작한다. ISI는 체코 과학원(Czech Academy of Sciences) 부설연구소다.
1953년 설립 이래 세계 최초 탁상형 투과전자현미경 개발, 전자빔 리소그래피 장비 개발 및 테슬라(TESLA) 상용화뿐만 아니라 NMR, 레이저 가공 및 측정 부문에서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장비 개발 산업기반이 부족한 국내 실정상 장비 개발 노하우와 원천기술의 단계적 확보를 위한 효과적 방법 중 하나는 관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 연구기관 및 기업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해외 연구기관과 장비개발, 상용화, 표준화, 사업화 등 관련 인프라를 단기간 내 따라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및 투자를 비롯한 산학연과의 협력체계, 필요한 원천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향후 국가 수요를 만족하는 첨단 연구 장비 개발 및 활용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연구장비 개발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견인하며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의 근원이 돼 왔다.
산업기술적 효과 및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워낙 커서 기존산업 고도화 및 신산업 창출로 이어진다.
창조경제 시대, 연구장비 개발이 국내 장비 산업 및 관련 주변산업 활성화로 이어져 국가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khchung@kb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