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과도한 삼성SDI 흔들기

[기자수첩]과도한 삼성SDI 흔들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삼성SDI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최근 안팎으로 구조조정설에 휩싸인 삼성SDI를 두고 경쟁사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한화·롯데그룹과 ‘빅딜’로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탈레스·삼성SDI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등 화학·방위 분야 계열사를 정리했다. 빠르고 단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결단에 ‘산업구조개편’을 꺼내든 산업부 공무원들도 놀랐다.

증권가와 재계는 다음 번 삼성그룹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성SDI를 꼽는다. 지난달 그룹 경영진단을 마쳤다는 이유에서다.

1990년대 중반, 배터리 제조 및 원천기술이 없던 우리는 치욕을 맛봤다. 스마트폰이나 각종 가전제품을 만들고 거기 들어가는 배터리를 납품받기 위해 신제품 설계도면을 프랑스나 일본 회사에 송두리째 넘겨야 했다. 설계도면을 주지 않으면 배터리를 납품하지 않는 배짱 영업도 불사했다. 불과 20년 전 일이다. 오늘날 세계 1위가 된 삼성전자 휴대폰, 스마트폰은 이런 모욕과 고통 속에서 태어났다.

삼성SDI는 한국산 배터리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굳히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전기차·ESS 등 중대형 배터리까지 선두자리에 올려놨다. 배터리 전통 강호였던 일본기업을 추월했을뿐만 아니라 중국의 맹추격을 따돌릴 차세대 배터리 기술까지 확보했다. 전기차나 ESS 분야는 초기 시장이지만 이미 시장 선점에 성공했고 계속 커져가는 시장 잠재력까지 확보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그 치욕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배터리 사업은 전기차는 물론이고 모바일 시대에 가장 핵심적인 B2B 비즈니스다. 자동차와 드론, 태양광, 사물통신 등 미래 사업에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배터리를 놓치면 미래를 놓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