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세메스가 국내 장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글로벌기업과 겨룰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소자산업에서만 두각을 나타낸 국내 산업계가 장비 등과 같은 뿌리산업에서도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세메스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매출 1조1000억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14나노 핀펫 라인에 장비를 공급했고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동일한 14나노 핀펫 라인을 구성하면서 같은 장비를 글로벌파운드리에도 공급했다.
세메스는 지난 2013년 1월 1일자로 삼성전자 장비 자회사인 세크론과 지이에스를 흡수합병해 덩치를 키우면서 1조원 매출 돌파 기대감을 높였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생산하는 세크론과 설비 개조 전문 지이에스와 합치면서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국내 1위 장비기업으로 재탄생했다. 국내 2위 장비기업 원익IPS가 올해 60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2위와 차이도 크다.
세메스는 반도체 웨이퍼 세정장비가 주력이며 식각, 포토공정용 트랙장비 등도 생산한다. 디스플레이용 현상·도포장비와 LED용 장비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지난해 3사 합병 후 2017년 세계 10대 반도체 장비기업 도약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에는 매출 9144억원, 영업이익 427억원으로 1조원 고지를 넘지 못했다.
올해는 매출이 수직상승 중이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매출 1조1000억원으로 마의 1조원대 벽을 깼다. 연말까지 1조2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매출은 1조5000억원대로 상정하고 구체적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메스 매출 확대에는 중국에 디스플레이 장비를 소규모 납품해 실적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세메스는 BOE에 디스플레이 장비를 일부 납품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지분 91.54%를 보유한 장비 자회사지만 올해 매출 다변화와 해외진출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했다.
세메스는 내부적으로 ‘세계 5위 장비기업’을 목표로 성장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세계 상위권 장비기업과 격차는 아직 상당하다.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시장 1위 기업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 지난해 매출은 약 11조원, 영업이익은 1조8000억여원이다. 세메스보다 규모가 10배가량 크다. 2위 ASML은 7조1800억원, 3위 도쿄일렉트론 6조7200억원, 4위 램리서치 5조5500억원 순이다. 세메스가 1조원, 국내 장비기업 2·3위를 다투는 원익IPS와 에스에프에이가 매출 5000억~6000억원대고 대부분 장비기업이 2000억~3000억원대임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계 전문가들은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 미래 기술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이고 해외로 매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올해 어플라이드와 도쿄일렉트론이 합병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데 이어 램리서치와 KLA-텐코가 합병을 발표하는 등 반도체 제조사에 이어 장비기업에서 인수합병 바람이 거세다. 수조원대 매출을 거두는 세계적 장비기업도 높은 개발비용과 불확실한 시장 문제를 넘기 위해 시너지를 노리고 회사 덩치를 키우는 등 인수합병에 공을 들인다.
김정화 산업부 전자부품과장은 “국내 장비기업은 삼성, SK하이닉스, LG 등 세계적 기업과 협업한 경험이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힘을 합쳐 덩치를 키우고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더 많은 매출 1조원 돌파 장비기업 탄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4년 세계 반도체 장비기업 매출 순위(자료: VLSI)>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