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시대]여야 정쟁에 휘말혀 마지막까지 몰린 한중 FTA

[한중 FTA 시대]여야 정쟁에 휘말혀 마지막까지 몰린 한중 FTA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나라 수출 부진을 해결하고자 정부가 ‘돌파 수’로 꺼낸 든 카드다. 오는 2020년 중국 내수시장은 한국 GDP 열 배에 달하는 10조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한중 FTA는 이런 대규모 중국 시장을 선점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그 어느 때보다 험난했고 피를 말렸다. 산업계에서는 조기비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 여야 정쟁에 휘말리면서 한동안 갈 길을 찾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 시정 연설과 국무회의 등에서 여러 차례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지난 24일 당초 국무총리 주재 예정이던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한 박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고 (한중·한뉴질랜드·한베트남 FTA가) 연내 발효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며 민생 어렵다고 하고 자기 할 일은 안 하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되며 위선”이라고 조속한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하지만 여야정 FTA 협의체는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초 데드라인으로 정했던 26일 처리가 불발로 끝나자 국회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번 한중 FTA 판을 깨버릴 수는 없다는 인식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

이에 잠정 합의한 30일까지 닷새간 여야는 FTA 비준동의안 통과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한중 FTA 비준과 관련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역이득 공유제’였다. 야당 측은 한중 FTA로 이익을 보는 업종 이익 일부를 농어업 등 피해 업종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안으로 무역이득 공유제, 피해보전 직불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여야는 협의 끝에 무역이득 공유제를 비롯해 밭농업 직불금, 피해보전 직불금제, 수산업 직불금 규모 등 핵심 쟁점을 20여개에서 4∼5개로 좁히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가 싶었지만 새정치연합이 비준안 처리 조건으로 다른 안건을 제시하면서 다시 한 번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새정치연합은 법 개정으로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정부 지원,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상임위별 청문회 도입 등과 연계해 이를 여당이 수용해야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을 개진했다.

여야는 본회의 전날인 29일 막바지 협상에서도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30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며 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한중 FTA로 피해를 보는 농업 등의 지원을 위해 기업으로부터 1000억원대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극적 부분 합의를 보면서 한중 FTA 동의비준안은 가까스로 처리됐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