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 사장단 인사]이서현 패션 경영 전면에… SDS·바이오 역량 강화 집중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삼성패션’을 책임진다. 통합 삼성물산 첫 사장단 인사는 부회장 배출 없이 구조개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포석이다. 삼성SDS는 그룹 인사통 정유성 전 삼성종합화학 사장이 경영을 맡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역량을 강화한다.

◇통합 삼성물산 첫 사장단 개편…이서현, 경영 전면에

이 사장은 1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사장)와 달리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보직이 바뀌었다. 전임 윤주화 사장은 삼성 사회공헌위원회로 이동했다.

그동안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윤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이 사장이 실무에 집중했지만 이 사장이 패션사업 전권을 잡게 됐다. 겸임하고 있던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직도 이번 패션부문장 내정과 함께 내려놓았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사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사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사장)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 대표(사장)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 대표(사장)

신임 패션부문장으로서 첫 과제는 통합 삼성물산 출범 당위성인 ‘2020년 패션사업 매출 10조원’ 달성이다.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론칭하고 통합 브랜드 ‘삼성패션(SSF)’을 선보였지만 유니클로,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 공세가 거세다. 지난 9월 시작한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채널 SSF샵의 조기 안착도 숙제다.

하지만 이 사장은 윤 사장과 달리 대표이사는 맡지 않았다. 오는 4일 예정된 구조개편 발표에서 삼성물산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건설(옛 삼성에버랜드) 등 4개 부문 중 건설과 리조트·건설, 상사와 패션 통합이 유력할 가운데 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최치훈(건설), 김신(상사), 김봉영(리조트·건설) 사장 등 나머지 대표이사는 유임됐다. 당초 최 사장이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 승진설이 나왔지만 조직 안정화와 그룹 쇄신 분위기가 우선했다. 시장에서는 최치훈 사장과 김봉영 사장의 역할 분담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SDS, ICT 역량 강화 위해 인사 전문가 투입

삼성SDS 사령탑은 2년 만에 교체됐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친정 삼성전자로 복귀하고 정유성 삼성경제연구소 상담역이 자리를 메운다. 삼성전자 인사팀장,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등을 지낸 그룹 인사통이다. 삼성종합화학 마지막 대표로서 한화로의 매끄러운 매각을 이끌기도 했다.

정유성 삼성SDS 대표(사장)
정유성 삼성SDS 대표(사장)
홍원표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
홍원표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 한계로 신사업을 확대하는 삼성SDS 인력 재배치를 이끌 것으로 예측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합병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설도 나온다.

홍원표 신임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홍 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 가교 역할을 맡는다. 삼성SDS가 삼성 소프트웨어(SW) 경쟁력 강화를 책임지고 홍 사장이 이를 이끌 전망이다. 홍 사장은 내년 CES에서 사물인터넷(IoT)를 주제로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는 등 그룹 IoT 사업 핵심 주자로 꼽힌다.

◇바이오, ‘세계 1등 꿈’에 힘 실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사장 승진으로 바이오가 삼성의 미래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삼성 신수종 사업으로서 힘을 실어 전자를 이을 주력 분야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고 사장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를 맡은 후 삼성 바이오 사업을 성장시켰다.

바이오시밀러 제품 ‘브렌시스’는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지난달 유럽의약국(EMA)은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브렌시스 허가 신청에 긍정적 의견을 따냈다. 미국에서 수학하고 바이오 업계에서 쌓은 전문성이 삼성의 전폭 지원과 함께 빛을 냈다는 평가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사장)와 함께 양 대 바이오 계열사 대표가 사장급으로 격상되면서 바이오로직스 3공장 건설, 2020년 1조8000억원 매출 목표에도 힘이 실린다.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은 의료기기 사업을 맡았다. 의료기기는 바이오 사업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삼성SDS 대표 경험을 의료기기 역량 강화에 활용할 전망이다. 삼성SDS에서는 삼성SNS와의 합병, 증시상장을 매끄럽게 마무리했으며 물류를 차세대 사업으로 발굴, 육성했다.

삼성 측은 “전 사장의 다양한 경험으로 의료기기 사업 구조를 혁신,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