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결국 법정시한 넘겨 2016년 예산안 처리…정부안보다 0.3조 적은 386.4조원

국회가 결국 법정시한을 넘겨 3일 386조4000억원 규모 2016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2일)을 넘긴 3일 새벽 386조3997억원의 2016년 예산안을 처리했다. 재적 275명 중 찬성 197명, 반대 49명, 기권 29명으로 예산안을 가결했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386조7059억원보다 3062억원 줄어든 규모다. 올해 예산보다는 11조원(2.9%) 증가했다.

여야는 2일 쟁점법안 처리 관련 이견으로 진통을 거듭하다 오후 11시가 넘어 본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예산안에 앞서 상정된 예산부수법안 처리 때문에 예산안은 법정기한인 2일을 넘긴 3일 새벽 처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일 11시 57분께 예산안 의결을 하지 못한 채 13차 본회의를 14차로 차수변경하기 위해 산회를 선포하고 자정을 넘긴 3일 새벽 본회의를 재개했다. 국회 본회의는 1일 1회의가 원칙이라 회의 개의일을 기준으로 자정을 넘기면 차수를 변경해야 한다.

국회는 당초 정부안에서 3조8281억원을 감액하고, 3조5219억원을 증액됐다.

주요 삭감 예산은 일반·지방행정 분야 1조4000억원, 국방 분야 2000억원, 예비비 2000억원 등이다. 나라사랑 정신 계승·발전 예산이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삭감됐다. 국가정보원 정보활동 예산은 4863억원에서 3억원이 줄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예산은 정부 원안을 유지했다.

주요 증액 예산은 사회복지 5000억원, 교통·물류 4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2000억원 등이다. 보육료가 1442억원 늘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 예산은 시간당 단가를 6100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해 41억원 증액했다. 달 탐사 연구개발(R&D) 예산이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었고, 무인이동체 미래선도핵심기술개발 예산도 6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늘었다. 3차원(3D) 프린팅 산업 육성기반 구축 예산도 기존 32억원에서 82억원으로 확대됐다.

2일 여야는 예산안과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날선 공방을 계속했다. 앞서 예산안과 5개 쟁점법안을 이날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다시 의견이 갈렸고,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 심사 거부를 선언해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여 예산안과 5개 쟁점법안 처리에 합의한 바 있다. 예산안과 함께 여당이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꼽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과 야당이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내세운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모자보건법, 전공의의수련환경및지위향상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예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종전 합의가 삐걱댔다.

5개 쟁점법안을 심의하는 정무·교육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는 이날 오전 야당 불참 등으로 공전·파행했다. 여기에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5개 쟁점법안의 법사위 심사를 거부하겠다고 돌연 선언하면서 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예산안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무상보육이었다. 정부 지원 규모를 두고 새누리당은 약 600억원, 새정치민주연합은 5000억원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결국 여야는 3000억원을 국고에서 ‘목적예비비’ 형태로 우회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1년 만에 또 다시 법정시한을 어겼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여야는 12월 2일 밤 11시 35분께 극적으로 예산안을 의결했다. 12년 만에 처음 법정시한 내 처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재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회의가 지연돼 예산안 법정처리 기일을 초과하게 돼 예결위원장으로서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