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5세대(5G) 추진 전략과 연구개발(R&D) 현황을 소개하고 공동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5G 글로벌 서밋’이 2014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행사 개최를 계기로 한국·중국·일본·EU가 참여하는 다자간 5G 협력체계를 공고히 다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
5G와 같은 새로운 이동통신서비스 상용화에서 국제협력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주파수 분야는 국가 간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글로벌 로밍이 필요하기 때문에 ITU는 4년마다 세계전파통신회의(WRC)를 개최, 세계 공통으로 사용 가능한 주파수 대역을 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각국은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주파수 대역을 후보군으로 제시하게 되는데, 자국이 제시한 대역을 세계 공통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 협력과 공조가 필수다. 예컨대 올해 WRC-2015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6㎓ 이하 5G 주파수 후보 대역으로 1452~1492㎒, 3400~3600㎒, 3600~3800㎒를 각각 제시했다. 이에 찬성하는 국가도 다수 있었지만 일부 반대하는 국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우리나라가 원치 않는 주파수 대역이 국제 공통대역으로 결정나면 우리나라 주파수정책 혼선은 물론이고 서비스·제조 업체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와 공조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5G 기술표준 선정과 관련해 국제협력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ITU는 2017년부터 5G 후보기술을 접수할 예정인데, 과거 3G 및 4G 기술표준 선정사례를 감안해 볼 때 5G 기술표준을 두고 국가·지역 간 공방전이 나타날 것은 명백하다.
3G는 동기식(cdma2000)과 비동기식(WCDMA), 4G는 와이브로(Moile WiMAX)와 롱텀에벌루션(LTE)을 두고 세력 간 다툼을 이미 경험한 바가 있다. 결국 더 많은 시장을 확보한 세력이 승리하듯이 국가·지역 간 협력과 공조체계 구축은 당연한 일이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헬스케어, 스마트 에너지 등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제공되는 5G 시대에는 4G에 비해 스마트폰 앱, 콘텐츠 분야 등에서도 국가·사업자 간 국제 협력과 공조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5G 글로벌 서밋 행사가 한국·중국·일본·EU 간 5G 정책, 네트워크 기술 및 표준화, 타 산업과 ICT 융합시장 등 다양한 정보와 지식, 경험을 공유하는 글로벌 협력체계를 견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누구보다 앞서서 5G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적용해야 할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2018년 선보일 5G 기술과 서비스에 동조하는 지지세력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향후 우리나라 지지세력과 국제 5G 기술표준 선정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5G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게 돼야 세계 최초 5G 서비스가 의미가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 중 하나가 이번 5G 글로벌 서밋과 같은 다양한 국제협력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다양한 국가와 민족이 살아가는 지구촌에서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모든 세상사가 그러하듯이 서로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야 대외 협상력이 높아지는 법이다.
대다수 국내외 전문가는 5G가 창조경제 핵심 인프라이자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창출하는 ‘초연결(Hyper-connect)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필수요소라고 주장한다. 5G가 ICT 분야에 국한된 또 다른 통신기술 진화가 아니라 국가 사회 발전과 혁신을 유도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방증하듯 세계 각국은 합종연횡을 도모하면서 5G 기술 선도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로운 미래성장 먹을거리로 고민하는 우리나라도 5G 조기 상용화에 대내외 역량을 집결하고 민관이 힘을 합쳐 국가 신성장동력 창출에 더욱 매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나봉하 KTOA 상근부회장(rhabon@kt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