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인의 냉장고를 직접 스튜디오로 가지고 와서 그 안의 재료들을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냉장고 속에는 푸아그라처럼 진귀한 식재료들도 등장하지만, 먹다 남은 자투리 반찬, 오랜 기간 방치된 삭은 식재료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이렇게 쓸모없어 보이는 ‘냉장소 속 폐기물’을 활용해 멋진 요리를 만들어내는 반전에 있다. 이런 반전이 수 많은 요리 프로그램들 가운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경쟁력이 된다.
폐기물을 단순히 재활용(리사이클링)하는 수준을 넘어 전혀 다른 제품으로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링’은 환경산업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스위스 ‘프라이탁’ 가방은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사례로 꼽힌다. 프라이탁 가방은 트럭 폐방수천을 재료로 만들었지만 평균 50만원을 웃도는 고가로 팔리고 있다. 유니크한 디자인, 희소성, 패션을 넘어선 기능성을 강조하며 차별화 전략으로 연 7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떠올랐다.
이 같은 업사이클링은 자원의 유한성, 산업 발전으로 인한 폐기물 증가와 같은 환경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환경보호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서 시장 경쟁력과 잠재된 가치를 발견하고 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환경분야 한 벤처기업은 버려지는 양말을 활용해 인형을 만들고, 지하철 광고판을 재료로 해 독특한 가방을 제작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친환경적인 제습제, 탈취제, 천연방향제로 재탄생시키고, 조개껍데기를 이용해 향초·방향제·시계·자개·화분·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 가치를 더하는 기업도 있다.
업사이클링, 나아가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에코기업’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은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친환경·에코기업이라는 명제만 주장하고 잘 팔리는 제품을 간과한다면, 그 기업의 영속성과 확장성은 제약을 받는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보기 좋고 쓰기 좋은 ‘디자인적 측면’과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가 없다면 고객들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
따라서 친환경을 표방하는 기업들도 치밀한 시장전략과 고객중심 마케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그리고 하나의 단일 제품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고객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발굴해가며 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친환경기업은 영세하고 비영리적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은 결국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수익은 결국 시장경쟁력에서 나온다.
이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친환경기업이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들은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기업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환경과 인간의 공생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디자인하는 에코제품 디자인 창업자 양성과정, 혁신형 에코디자인 지원사업, 창업맞춤형 사업화지원 사업 등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그들의 일상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업사이클링을 비롯한 다양한 친환경 제품 시장이 확대되고 더 많은 친환경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렇게 친환경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면 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며 친환경 소비-생산 생태계를 이루어 가고, 이를 통해 우리 삶이 보다 풍요롭고 친환경적으로 변할 수 있길 바란다.
송기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벤처센터장 khsong@kei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