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92>금융개혁 전에 산업구조 개혁이 우선이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92>금융개혁 전에 산업구조 개혁이 우선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개혁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10대 과제가 금융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개혁이 아니라 일상 업무를 모아 놓은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국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을 한다고 했을 뿐인데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왜 금융개혁을 지금 하려 하는가. 우선 우리나라 금융에 대한 주위 평판을 모아보자. 우리나라 금융 수준이 우간다만도 못하고, 은행 수익성이 날로 저하되고, 금융에 당국 규제가 심하고, 성과급 도입조차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은행원은 억대 연봉을 받고, 은행원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으로 고령화하고 있고, 인적 구조조정을 상시화하고 있고, 중첩된 지점을 축소하지 못하고 있고,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1000억원대 이상을 투자했으면서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차별화된 은행 상품이 없고, 해외 진출도 실제로 이루어진 게 없고, 은행 지배구조도 탄탄하지 못하다. 만약 이런 평판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은행업으로서의 경쟁력도 없고 스스로 혁신해 나갈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금융개혁을 하려는 것이 아닐까.

금융이라는 것이 뭔가. 한국은행 경제교육에 따르면 ‘자금수요자와 자금공급자 사이에 돈이라는 금융상품을 매개로 거래되는 것’을 금융이라고 한다. 금융 종류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금융은 중간자다. 돈을 예금하는 사람과 돈을 빌리는 사람의 중간에 서서 거래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상업은행이든, 투자은행이든, 보험, 증권, 카드든 기본적으로는 중개업이다. 금융은 독립된 산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예전에는 기업은 망해도 은행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었다. 예금주 입장에서 보면 은행이 망해도 예금자 보호는 법으로 해주니까 안 망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실제로 많이 망한다. IMF 전까지 22개였던 은행이 지금은 7곳 남짓하다. 아무리 크고 번지르르한 은행도 장사해서 남는 것 없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 별것 아니다.

땅 짚고 헤엄칠 것 같은 은행이 왜 망하는가. 이제까지 금융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렛대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부실기업이 생기면 그 피해액이 고스란히 은행 부담이 됐다. 몇몇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분식회계, 뇌물, 횡령, 정치적 사건, 방만한 위험 관리(Risk Management). 항상 그 뒤에는 부실 대출을 했던 은행이 뒤따라 망했다. 기업은 은행을 물고 넘어지지만 은행은 뒤에 받쳐주는 데가 없어서 고스란히 안고 뒤로 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은행을 부실기업 하수종말처리장이라고 냉소하는 것이다. 건강한 산업이 있어야 건강한 금융이 있고 건강한 금융이 있어야 건강한 산업이 있다.

이 때문에 산업 구조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금융만 바뀌기 힘들다. 재벌 위주 수출주도형 경제가 이제 그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대도 아직 예전 고성장시대 향수에 젖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고 외치는 것이다. 경제구조가 늙고, 역동성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아침 7시까지 출근하는 방식으로는 조금 더 버틸 수는 있지만 더 잘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금융은 산업이 잘 돌아가도록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러나 윤활유로 자동차가 갈 수는 없다.

산업도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여러 종류 산업과 각 산업 발전단계, 산업 성숙도, 산업 경쟁 상태가 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산업을 통틀어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지만 산업의 전체적인 흐름이 디지털로 가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런 흐름에 부지런히 동조하는 산업은 좀 더 진화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우리가 뭐가 어때서’ 하면서 버티는 산업은 온탕에서 개구리 익어가듯 퇴보할 것이다.

금융과 산업은 동전의 양면이다. 돈이 금융에서 산업으로, 산업에서 금융으로 돌고 돈다. 그래서 금융은 산업이 동맥이라고도 한다. 혈액순환이 잘 되려면 혈관이 튼튼해야 한다. 금융은 산업의 혈관이다. 그래서 산업이 침체되면 당연히 금융도 침체되고, 산업이 호황이면 당연히 금융도 호황이 된다. 금융위기는 곧 산업의 위기가 된다. 그래서 항상 동반 성장, 동반 후퇴를 하게 된다.

장기적인 저금리가 일상화 된 뉴노멀에서 금융 산업은 이제 변화하고 변신해야 한다. NIM(예대마진: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1.6%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금융업이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 당연히 금융개혁을 해야 한다. 그리고 대면거래에서 비대면 거래로 고객서비스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 그러나 금융개혁의 초점은 금융 그 자체가 아니라 같이 협업해야 하는 산업의 변화에 동기화해야 한다.

결론은 금융개혁에 앞서 산업구조개혁이 먼저라는 얘기다. 아날로그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디지털 구조의 산업구조로 바꿔야 한다. 재벌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강소형 중심의 산업구조로 바꿔야 한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당연히 노동 개혁도 해야 한다. 2000대 회사의 평균 생존 연한이 28.5년인데 정년 보장하라고 하면 안 된다. 철저한 성과주의가 정착이 되면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된다. 전 직원이 그냥 자기 업적에 따라 월급과 성과급을 받으면 된다. 고용의 안정은 스스로의 능력과 실력과 노력에 달려 있지 고용주에게 따질 일이 아니다. 전 산업이 이렇게 작고 빠르고 가벼운 조직으로 바뀌면 은행도 자연스럽게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젊고 빠르고 가벼운 조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저절로 산업 구조개혁과 금융개혁이 시장의 매카니즘을 통하여 서로 맞물려 돌아 갈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다.

만약 산업구조 개혁과 분리된 금융개혁을 추진하게 되면 그것은 금융개혁이 아니라 금융부문 노동개혁 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