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스마트폰 지문인식에 정전식 기술이 자리 잡았지만 물리보안 영역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물리보안 시장은 여전히 기존 광학식 지문인식 기술이 주류다. 보안업계는 궁극적으로 정전식 기술이 물리보안 영역에도 쓰이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출입통제와 근태관리, 도어록 등 물리보안 영역에 주로 쓰이던 지문인식이 올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 분야에서 각광받았다. 스마트폰 디자인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얇고 작은 크기를 유지하면서 높은 인식률을 보이는 반도체 센서 기반 정전식 지문인식 기술이 숨은 주역이다.
반면에 물리보안 시장은 여전히 기존 광학식 지문인식 기술이 주류다. 인식 크기에 따른 오인증률(FAR)과 대량 매칭 한도, 내구성, 산업 구조 등 광학기술 기반 지문인식이 갖는 장점 때문이다.
모바일 지문 인식에 사용하는 정전식 지문 센서는 물리 보안 지문 인식에 사용되는 광학식 지문 센서에 비해 한 번에 인식하는 지문 영역 크기가 매우 작다. 갈수록 크기가 더 얇고 작아지는 모바일 기기 디자인에 맞춰 센서, 모듈 패키징, 알고리즘이 발전했다.
출입통제용 지문인식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모바일용 모듈이 작은 지문 영역만을 받아들이는 센서를 사용한다면 모바일 지문인식이 물리보안 분야로 바로 넘어오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작은 지문 영역 때문에 보안산업이 요구하는 오인증률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현재 스마트폰용 지문인식 모듈 오인증률은 통산 5만분의 1 수준이다. 반면 물리보안 분야에서 요구하는 지문인식 오인증률은 100만분의 1 이하다. 광학식 지문인식 기술 발전도 모듈 크기 축소보다는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기관과 관공서, 경찰서, 공항 등에서 신원확인과 이력조회에 사용하는 지문자동식별시스템(AFIS)용 라이브스캐너 역시 대부분 광학식 지문인식 기술 기반이다. 지문 영상을 스캔해 디지털 영상화 하는 장비다.
오인증률과 함께 물리보안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대량 매칭과 내구성이다. 스마트폰에 본인 지문을 등록해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와 달리 출입통제, 근태관리 등에 쓰이는 지문인식 단말기는 적게는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달하는 인원이 사용한다.
출입근태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수초 안에 미리 등록된 지문 이미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해당 사용자를 인식하는 1 대 N 인증 성능과 연산속도가 필요하다. 정전식에 비해 지문 영상을 찍어 보관하는 탬플릿 크기가 작은 광학식이 대량매칭에 유리한 이유다.
산업 특성과 제품 제조 환경에도 차이가 있다. 관련 부품이 지속적으로 대량 납품되는 모바일 산업과 달리 물리보안 시장은 프로젝트성 물량 발주가 이뤄진다. 대규모 양산 체계에 맞춰진 정전식 지문인식 모듈 생산 구조와 단가를 물리보안 시장에 적용하기 어렵다.
업계는 궁극적으로는 모바일 지문인식 기술이 물리보안에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광학식 지문인식은 고유 장점을 바탕으로 특화 영역을 지켜나갈 전망이다.
모바일용 지문인식모듈 제조업체 관계자는 “알고리즘을 일부 수정하고 인식 면적을 넓히면 정전식 지문인식 기술도 물리보안 시장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주력 분야인 스마트폰 관련 시장 규모와 채산성 등을 고려해 모바일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