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행정 서비스, IT 입고 융합의 미학 완성하길

최승원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승원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행정심판은 국가 행정기관으로부터 받은 위법·부당한 처분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는 국민 권익 구제 제도다. 행정심판 모든 절차를 온라인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인 온라인 행정심판(simpan.go.kr)이 내년 1월 전국 모든 지역에 확대 시행된다. 행정자치부 전자정부지원사업 일환으로 한국정보화진흥원과 국민권익위원회가 3년에 걸쳐 함께 추진한 사업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다.

행정처분을 조회하는 것부터 시작해 유사 사례를 참고해 청구서 작성, 행정처분을 내린 기관의 답변서 조회, 심판결과 확인 및 전자문서화까지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처분 기관별로 상이한 관할 행정심판위원회를 일일이 확인하고 직접 찾아가 손으로 청구서를 작성했던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행정심판은 단순한 종이서류 절감부터 출발해 궁극적인 대국민 전자민원 서비스(G4C, Government for Citizen) 형태로 진화한 전자정부 대표 모델로 손꼽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공정보 개방·공유 및 부처 간 소통·협력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정부 3.0 기조에도 잘 호응하는 이상적 모델이다.

온라인 행정심판 근간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관리하는 고도화된 지식행정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보건복지·고용·경찰·보훈 등 분야·지역별로 나뉜 수천개 행정기관이 내린 처분 및 행정심판 관련 데이터가 집결돼 있다.

지식행정 시스템으로 개방·공유된 공공정보 덕분에 몇 번의 클릭과 검색만으로 유사 사례를 참고해 간단히 행정심판 청구서를 작성할 수 있다. 예방 차원에서도 손쉽게 관련 정보와 상식을 숙지할 수 있다.

처분청과 행정심판위원회 등 행정기관 입장에서 의의는 더욱 크다. 각 기관 소통·협력에 따라 한데 집결된 처분·재결 정보가 행정 공정성·일관성을 높이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정보가 상호 선례적 참고가 되며 기관 간 인용률 편차를 줄이는 데 기여하게 된다.

온라인 행정심판은 지식 고도화를 거듭하면 할수록 효과 또한 증폭되는 지식행정 집결체다. 변화 여지가 큰 만큼 현재 수준에 안주하기보다는 진화·발전 방향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기술 측면에서 현재 모습을 온·오프라인 연계(O2O) 컨버전스 기반 PC·모바일 연동 클라우드 웹서비스라고 본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융·복합 처분·재결 데이터베이스(DB) 연동 서비스를 보탠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미래상도 꾸준히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책·입법-국민행위-행정처분-평가-행정심판·소송’ 등 일련의 과정을 연계해 온라인 분쟁해결(ODR:Online Dispute Resolution) 및 의사결정지원 시스템(DSS:Decision Support System) 개념까지 모두 아우르는 빅데이터 대환류 모습으로 진화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그릇이라도 빈 그릇은 의미가 없는 법이다. 국민 권익을 위하는 뜻깊은 행정 제도에 점차 고도화되는 정보기술(IT)과 방대한 지식기반 데이터를 결합해 보다 폭넓은 행정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담아내야 한다. 온라인 행정심판은 이러한 맥락에서 장차 진정한 융합의 미학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혜와 결단을 모아야 한다.

최승원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csw@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