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 휴대폰 자급제율, 세계 최하 수준

[이슈분석]한국 휴대폰 자급제율, 세계 최하 수준

휴대폰 단말기 유통구조는 제조사가 이동통신사를 통하는지, 통하지 않는지에 따라 ‘폐쇄형 시장’과 ‘개방형 시장’으로 구분된다. 폐쇄형 시장은 제조사가 이통사에 단말을 공급하고, 이통사가 이를 대리점·판매점·양판점 등에 공급한다.

개방형 시장은 중간 이통사 공급단계 없이 제조사가 대리점 등에 직접 공급하는 형태를 말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폐쇄형 시장이고 중국과 서유럽은 개방형 시장으로 분류된다. 북미는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구조가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휴대폰 자급제 가입자는 90만명 정도다. 전체 가입자 5340만명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98% 이상이 이동통신사 유통망을 거쳐 단말기를 구매한다. 사실상 이통사를 거치지 않은 단말기를 사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 분류에 따르면 압도적인 폐쇄형 시장인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자급제 보급률은 세계 최하 수준이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 국가에서 상당 수준 자급제 시장이 형성됐다. 우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나라는 일본 정도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자급제 비중은 4.3%였다. 2012년보다 조금 나아졌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통사가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급제에 관한 한 일본은 우리와 매우 유사한 시장구조를 가졌다.

중국은 정반대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자급제 시장을 가졌다. 자급제율이 무려 70%를 넘는다. 덕분에 ‘아시아-태평양’ 자급제율도 75.3%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신흥시장은 개방형 비중이 높다. 샤오미가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온라인 판매만으로 중국 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서유럽과 북미도 자급제율이 상당히 높다. 서유럽은 44.1%, 북미는 36.1%다. 두 지역 모두 자급제율이 늘고 있다. 서유럽은 국경이 인접해 국제로밍 사용이 많았다. 가입자 인증을 위해 심카드(SIM)가 도입됐다. 자연스럽게 단말과 서비스가 분리됐다. 시장이 개방형으로 형성된 이유다.

북미는 원래 이통사 중심 시장이었다. 2007년 자급제율이 4%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36%까지 늘었다. 애플이라는 강력한 제조사가 등장하고, 베스트바이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대거 휴대폰 유통에 뛰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참조할 만한 사례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