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11>일정한 반복이 세상을 바꾼다

반복은 21세기 극단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 된다. 우리는 종종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큰 혁신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의미해 보이던 일상이 누적된 결과 대변화가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국 ‘사기’에 등장하는 강태공은 수십년 동안 강가에서 낚시질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주군을 만나 재상에 등극한다. 고흐나 비틀스도 일상적 작품 활동을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 역사에 남는 세계적 예술가 반열에 오른다. 반복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정한 반복은 창발 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다. 예측과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변화 소용돌이 속에서 나약한 경제주체는 정성을 다해 본연의 과업을 반복하면서 간절하게 때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변화를 쫓아다니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일상 과업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본연의 과업을 반복하는 과정이 쌓여 변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일정한 반복’은 남극점 탐험과 같은 극지 탐험 사례에서도 성패를 갈랐다. 1911년 스콧과 아문센은 국가 자존심을 걸고 인류 최초 남극점 탐험 경쟁을 벌였다. 노르웨이 아문센이 12월 15일 최초로 남극점에 도착해 깃발을 꽂은 반면에 한 달 늦게 도착한 영국의 스콧 탐험대는 돌아오는 길에 목숨을 잃게 된다. 훗날 두 탐험대 전략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아문센이 더 운이 좋거나 리더십이 뛰어나서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영국 고위 장교 출신인 스콧은 훌륭한 인품과 리더십으로 부하의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극한 상황에서 운명을 가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일정한 전진의 규칙’이었다. 아문센 탐험대는 변화무쌍한 남극의 기후조건에서도 매일 15마일을 꾸준히 반복해서 전진하는 전략을 철저히 실천했다. 반면에 스콧 탐험대는 기후 조건에 따라 일관성 없는 탐험을 했던 것이 성패를 가른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지금 우리 경제주체들은 예측과 통제가 어려운 운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할 때 모든 기업에 주어지는 좋은 운과 나쁜 운 총량은 비슷하다고 한다. 다만 운을 경영하는 전략이 다를 뿐이다. 극단적 불확실성에 맞서 기업이 활용해야 할 성공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뜻과 비전에 기초해 확고한 경영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고수한다. 이로써 구체적이고,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행동 규칙을 확보한다. 이러한 경영원칙과 행동 규칙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단적 불확실성에서도 일정한 반복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준다.

둘째, 생존 라인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그 위에서 반복을 지속한다. 어떤 기업에게나 위험은 존재하지만 이것을 회피하고 생존권을 먼저 지켜내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모든 활동이 치명적 위험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이루어지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셋째, 분명한 기준이 되는 몇 개의 단순 규칙을 만들어 주요 핵심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실행한다. 예를 들면 투자 우선순위, 개발 프로젝트의 시작과 포기 시점, 혁신 속도 등을 단순한 규칙에 의해 결정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다.

안정된 시장 환경에서는 경영자가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복잡하고 정교한 전략에 의존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간단한 규칙과 몇 가지 중요한 프로세스를 통해 시장 기회를 잡아야 한다.

지금은 기업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위협적인 환경변화가 일반화되고 있다. 우리에게 이러한 환경변화는 위기로 다가오지만 때로는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러한 변혁적 환경에서는 복잡하고 정교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차라리 단순하고 유연한 전략이 기회 획득에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바일이나 콘텐츠 산업에서는 아예 전략부서나 기획팀 자체가 없는 기업이 많다. 현장 부서에서 스스로 전략을 만들어 실천할 뿐이다. 즉 일상적인 대응 자체가 전략인 것이다.

창발혁신이란 이렇듯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일정한 반복이 쌓여 어느 순간 기회의 창이 열리고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특징을 가진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