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 이겼지만 과도한 비용 투자로 오히려 위험에 빠지거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상황을 말한다. 주파수 경매 승자의 저주는 2000년대 초반 영국 사례가 대표적이다.
3세대(3G) 이동통신 시장 전망이 밝던 시절이다. 최저가 1890억원짜리 주파수가 약 10조원으로 50배 이상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당시 5개 사업자가 주파수 경매에 투자한 돈은 354억1100만달러(약 42조원)에 달한다. 같은 해 독일에서는 6개 사업자가 463억2300만 달러(약 54조원)를 경매에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주파수 경매에 나오는 2.1㎓ 경매 대역 20㎒ 폭을 두고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LTE 투자를 진행한 SK텔레콤의 이 대역 사수 의지가 확실한 가운데 KT나 LG유플러스가 경매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인준 대구대 교수는 “2.1㎓를 둘러싸고 과열경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매 설계 때 이 대역에서 재할당하는 LTE 40㎒ 폭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LTE 20㎒ 폭을 재할당받는다.
재할당 대역 가격은 이용 기간 동안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산정하는 방식, 경매 대역 결과를 참고하는 방식이 있다. 재할당 가격을 경매 결과와 연동하면 경매 과열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정 교수 설명이다. 재할당 가격 산정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승자의 저주’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11년과 2013년 주파수 경매 대가가 최고 1조원 안팎에 그쳤기 때문에 일부 대역에서 경합이 벌어지더라도 영국 같은 사례는 나오기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권영선 KAIST 주파수와 미래 연구센터 센터장은 “주파수 경매를 하면 어차피 필요한 사업자가 낼 수 있는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가져간다”며 “승자의 저주는 당시의 대가보다는 낙찰 이후 시간이 지나 활용성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업체 간 담합을 막고 정부가 적정한 세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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