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38달러선 마저 무너지면서 200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저유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 경제 회복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직전 거래일보다 2.32달러(5.8%)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2.29달러(5.3%) 내린 배럴당 40.71달러선에서 움직였다. 브렌트유도 WTI와 마찬가지로 6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 유가 하락은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 감축에 합의하지 못한 여파가 직접 작용했다. OPEC는 공급 과잉 현상 때문에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OPEC는 스스로 1일 생산한도를 3000만배럴로 정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150만배럴가량 더 생산하고 있다. OPEC 감축합의가 불발된 데 따라 다음 회의가 열리는 내년 6월까지는 현재 생산량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진 것도 원유 가격 약세를 이끌었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달러 금리가 오르면 달러 이외 화폐를 가진 투자자 구매 여력은 약해진다.
유가가 30달러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시장에선 유가 20달러대 진입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 율로지어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지난달 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20달러 중반대로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9월 OPEC가 산유량을 동결하면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원유시장 컨설팅업체 캡록리스크는 “공급 과잉에다 미국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유가가 단기적으로 WTI 기준 배럴당 32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유가 상황은 원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우리 경제에 ‘호재’로 여겨졌지만, 단순 원유가격 하락이 아닌 세계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싼 기름 값 덕에 기업은 생산을, 개인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장점보다 수출 단가 하락으로 무역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 중동 경기 불황으로 건설 수주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올 들어 금액 기준으로 한국 수출은 11개월째 감소했는데 여기엔 저유가 영향이 컸다. 유가와 매출이 연동되는 석유화학 수출 단가가 떨어지고 저유가로 산유국 조선·건설·철강 수요가 감소해 관련 업종 수출이 부진했다. 저유가 흐름이 지속되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2%대를 탈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페트로넷>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