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춘추전국시대가 막을 내렸다.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개별SO, IPTV 3사, 위성방송사업자 등 다양한 유료방송 사업자가 경쟁하던 시장이 SK텔레콤과 KT IPTV 양강 구도로 바뀌었다. SKT가 케이블TV업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CJ헬로비전 인수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IPTV는 유료방송 시장에 뛰어든 이후 꾸준히 가입자와 매출을 늘려왔다. ‘2015년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IPTV사업 매출은 1조498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3% 증가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SO) 매출은 2조3462억원으로 1.4% 감소했다. IPTV 가입자도 빠른 속도로 케이블TV 가입자를 따라잡았다.
IPTV가 케이블TV 가입자를 빠르게 뺏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주문형 비디오(VoD) 등 양방향, 초고화질(UHD)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케이블TV는 IPTV에 비해 새로운 서비스 투자가 부족했다. 과거 독점적 지위만을 생각하고 시장 변화에 재빨리 대처하지 않았다.
SO투자 부족만으로 지금 상황을 논할 수 없다. SO가 신서비스를 활발히 펼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케이블망 용량 때문에 UHD, VoD 이용자가 늘면 주파수 대역이 쉽게 포화된다. 지금까지 기술규제 때문에 유료방송사업자는 다른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없었다.
IPTV는 IP망을, 케이블TV는 RF망만 사용할 수 있다. 요즘 IP 기반 방식은 채널 제공 안전성도 높아지고 서비스 가능 채널 수도 많다. RF방식이 IP방식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신규 방송 방식이 등장하면 먼저 뛰어든 사업자는 후발 사업자에게 잠식되기 쉬운 구조다.
케이블TV업계에 희소식이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점차 칸막이 기술 규제를 완화한다. 기술규제가 완화되면 위성과 IPTV, 위성과 케이블 방식 등 기술을 혼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SO가 IP를, IPTV 사업자가 RF망을 사용할 수 있다. SO에 또 다른 기회가 오는 것이다. 흔히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라고 이야기한다. SO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전략적 혜안이 필요한 시기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