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헬로키티 왕국의 디지털 공략-日 산리오 "IT는 캐릭터의 미래"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국제선터미널 5층에 위치한 ‘헬로키티 재팬’ 매장. 일본 캐릭터 업체 산리오가 하네다, 나리타, 주부센트레아 등 주요 국제공항에 개설한 캐릭터 상품 전문점으로 전 세계 키티팬의 출국 전 필수 코스다. 41년 전 태어난 헬로키티(본명 화이트 키티)는 끊임없이 자신을 복제하며 의류, 액세서리, 식품 등으로 생명력을 잇고 있다.

이곳의 인기 품목은 폴라로이드 카메라 ‘인스탁스 미니 헬로키티 에디션’이다. 산리오가 지난해 헬로키티 40주년을 맞아 후지필름과 선보였다. 키티의 둥근 얼굴과 왼쪽 귀 리본을 카메라로 형상화했다. 별도 금형을 하는 등 제작이 까다로웠지만 세계적으로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상품이다. 산리오는 이처럼 정보기술(IT)에 캐릭터 미래가 있다고 판단,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슈분석]헬로키티 왕국의 디지털 공략-日 산리오 "IT는 캐릭터의 미래"

◇트윗하는 캐릭터, 응답하는 팬…“디지털은 캐릭터의 기회”

“인터넷과 SNS 발달은 캐릭터 활동 여지를 키워준다.”

도마쓰 가즈오 산리오 IR·홍보과장은 도쿄 산리오 본사에서 전자신문과 만나 IT가 캐릭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이같이 정리했다. 각각 1974년, 1975년 태어난 캐릭터 ‘헬로키티’ ‘마이멜로디’가 아날로그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에 존재하는 힘은 ‘IT’다.

산리오는 캐릭터 상품 판매를 비롯한 라이선스 수입에서 매출을 일군다. 2015년 3월 결산 기준 지난해 매출 745억6200만엔, 영업이익 174억6800만엔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23.4%로 매년 20% 이상 이익률을 기록하는 우량기업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 사업모델로는 캐릭터와 회사를 존속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도마쓰 과장은 “팬과 캐릭터를 연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산리오는 술과 담배를 제외한 모든 재화, 서비스에 캐릭터 사용을 허가하는 사업 방침을 갖고 있다. 55년 전 산리오를 창업한 쓰지 신타로 사장이 헬로키티를 20조원 가치 세계에서 제일 비싼 캐릭터로 만든 힘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는 유효했다. 단순히 캐릭터를 붙이기보다 캐릭터 정체성을 강조했다. 라이선스 수입은 고객·협력사가 산리오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컨설팅비’ 역할이었다.

우선 캐릭터를 인터넷에 내보냈다. 마이멜로디, 폼폼푸린, 시나모롤 등 인기 캐릭터는 각자 트위터 계정을 운영한다. 1인칭 시점으로 트윗하며 팬과 소통한다. 암컷 토끼를 의인화한 마이멜로디는 매일 아침 ‘오하이요(おはよう)’라고 인사하며 자신의 이야기와 모습이 담긴 캐리커처를 트윗한다. 매회 전 세계에서 2000~3000회씩 리트윗되고 팔로어는 28만명에 이른다.

네이버 메신저 라인(LINE)에 판매 중인 산리오 캐릭터 스탬프(이모티콘)는 디지털 매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날로그 시대 제품 판매로 캐릭터가 생명력을 가졌다면 이제는 무형의 디지털 재화가 이를 대신한다.

하드웨어(HW)와의 융합도 엿볼 수 있다. 한국후지필름에 따르면 인스탁스 미니 헬로키티 에디션은 지난 2월 이후 국내에서 3000여대가 팔렸다. 같은 시기 나온 미니8 핑크 모델은 4000여대를 기록했다. 세계적 인기에 따라 물량 확보가 원활치 않아 들여놓는 대로 팔린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에 제공하는 ‘테마 스토어’에 헬로키티 테마를 실었다.

도마쓰 과장은 “온라인에서는 팬이 캐릭터 경험을 SNS에 올리는 등 캐릭터 운신 폭이 넓다”며 “디지털 매체 증가는 캐릭터 사업 지속성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에서 데뷔하는 캐릭터…“한계란 없다”

산리오가 매년 실시하는 캐릭터 인기투표에는 올해 이변이 있었다. 2012년 스마트폰 게임으로 시작된 ‘SHOW BY ROCK(쇼바이락)’ 남성 밴드 캐릭터 ‘심안 크림슨즈’가 27만802표를 얻어 1위 폼폼푸린과 35표 차이로 2등에 오른 것. 쇼바이락 여성 밴드 ‘플라즈마지카’가 18만5381표로 6위를 기록한 걸 감안하면 쇼바이락은 올해 산리오 최고 캐릭터로 꼽혔다.

쇼바이락은 그동안 유형재에서 시작된 산리오 캐릭터와 달리 무형의 디지털 콘텐츠를 겨냥했다.

배원준 산리오코리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게임에 캐릭터를 키우는 전개로 팬 층을 두텁게 해 산리오 반세기 역사에 새 모델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TV 애니메이션 속편 제작이 결정되고 캐릭터 상품 판매가 호조를 띄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소영 산리오코리아 라이선스사업부 차장은 “달걀 노른자를 의인화해 2013년 탄생한 ‘구데타마’는 모바일 메신저, SNS에서 피로에 찌든 현대인을 대변해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과 중화권에서도 인기”라며 “시대에 발맞춘 캐릭터 전략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