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모르면 길을 찾고 길이 없으면 길을 닦아야지!” “가장 나쁜 것은 방관자다. 주인은 결코 방관하지 않는다”. 존경받는 우리나라 창업기업주들이 남긴 말이다.
나라에 전쟁이 나면 군(軍)이 나가 싸우듯 경제가 어려우면 기업인이 나서 활로를 모색한다. 투자와 고용으로 산업보국을 실천하는 소명의식이 진정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으로 자연스레 각인돼 왔다.
요즘 기업 모습은 기대와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30대그룹 내부유보금이 710조원에 달한다지만 ‘불확실하다’는 푸념과 엄살 뒤로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고용을 줄인다. 계열사를 팔아 현금보유를 늘려나가는 모습은 더욱 우려스럽다. 우리 경제 미래가 달린 제조 산업 ICT화를 활용한 경쟁력 강화나 ICT 신규산업 진출로 새로운 활로를 찾는 ICT 리더십은 보기 어렵다.
국민은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기업이 망할까 아이 돌반지와 금비녀를 마다 않고 내놓았다. 국민 걱정을 무겁고 고맙게 생각했다면 기업의 방만한 해외투자 때문이라고 호도했던 외환위기 본질을 금융당국 외환관리정책 실패 때문이었다고 바로잡았어야 했다.
당시 정부가 이를 빌미로 근거 없는 부채비율 200% 기준을 도입했다. 재계는 잠시 억울하지만 고용과 투자 부담에서 영원히 벗어나는 실익을 택했다. 그 오명에 한 번도 해명하거나 다투지 않았다. 그 결과 IMF 구조조정 이후 제조업 기반은 무너졌다. 도전과 열정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제2 한국형 글로벌 기업과 기업인은 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 신호등은 빨간불이다. 수출과 생산, 투자 등 모든 동력이 꺾이면서 본격 저성장국면에 처했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이를 극복하고자 여론의 힐문을 당하면서도 경제민주화를 내려놓고 절치부심 경제회복 노력을 펼쳐왔다. 두 번씩이나 추경을 편성하고 부동산을 비롯해 각종 규제를 풀며 내수를 진작시키고자 애써왔다. 저환율저금리 기조 유지와 법인세 동결로 경영부담을 줄여주고 수출경쟁력을 지원했다. 대통령이 직접 중소기업과 창업기업 지원에 부처 간 협업을 주문하고 무역투자회의 등 각종 회의 때마다 기업인 고충을 청취했다.
그럼에도 기업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소홀하다. 이제는 정부가 어떻게 더 해줘야 약속한 투자와 고용을 이행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 우리 경제 재도약을 위한 경쟁력 강화와 신규투자, 시장개척에 앞장서는 기업가정신을 실천해 달라고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우리 기업인이 말하는 확실한 투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위험 축소와 대체 역량을 키우며 도전을 성취로 만드는 3, 4세대 경영자의 각성과 열정이 절실하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잘나가는 선진국은 제조업이 살아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성장을 주도해오던 제조업은 산업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다. 제조업 서비스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모바일혁명, 사물인터넷(IoT)시대에도 살아남는 제조 기반 국가경쟁력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과 과감한 민간협력 모색도 방법이다.
최근 세계기업가정신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수준 이하 낮은 평가를 받았다.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고 ‘경제의 ICT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가정신이 절실하다.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ksbaik@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