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태블릿 시장이 감소세다. 애플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스마트폰과 노트북PC 사이에서 태블릿 판매량은 지난해 말부터 성장세가 꺾였다. 다른 스마트기기와 달리 제품 수명이 긴 탓에 신규 수요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국내 태블릿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추세와 달리 올해 상승세를 탔다. 이례적이다. 국내 태블릿 시장은 태블릿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교육용 등 특수 목적을 가진 제품이 나오면서 신시장이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 홀로 고공 행진’, 국내 태블릿 시장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5년 국내 태블릿 시장 출하량은 200만4000대로 전년도에 기록한 147만6000대보다 35.8% 늘어났다. 올해 초 예상했던 증가량보다 9.2%포인트나 더 늘었다. 같은 달 발표된 세계 태블릿 시장은 확연한 감소세다. IDC는 올해 세계 태블릿 출하량이 2억1130만대로 지난해보다 8.1%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발표된 분기별 출하량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에는 출하량이 작년 대비 12.6%나 감소했다. 세계적으로 태블릿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나 홀로 고공행진을 보인 국내 태블릿 시장 성장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태블릿 성장 동력은 수요 다변화=올해 국내 태블릿 시장 성장은 태블릿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결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 흐름과 같이 태블릿 역성장도 기록했던 국내 시장은 제품 다양성과 수요 다변화를 구현했다. 특히 교육 콘텐츠와 함께 특화된 교육용 태블릿 연계 제품이 늘어나며 신규 소비층을 발굴했다.
국내 태블릿은 사교육 시장에서 틈새를 찾았다. 업계와 소비자 요구가 연결되며 판매 확대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출판사나 교육 업체가 태블릿을 활용한 온라인 사업 모델을 발굴하며 태블릿 판매 영역을 확대했다. 출판사는 전자책 등 독서 콘텐츠가 종이를 대체할 수 있는 태블릿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온라인 교육 업체도 교재나 온라인 강의를 태블릿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휴대용 학습 기기로 태블릿이 가능성을 보이며 시장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내년 국내 태블릿 시장도 성장세 이어가나=업계는 내년 국내 시장도 올해 판매를 이끈 교육용 태블릿 등으로 수요를 예상하고 있다. 교육열이 높고 소비력이 강한 시장이라는 특수성이 맞물려 당분간은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초기부터 이어져온 일반 태블릿 수요도 제품 차별화를 강조하고 나선 단말기 제조사 전략이 강화되며 성장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조사는 운용체계(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진화를 보이며 일반적인 태블릿 제품에 이어 키보드를 탈착해 사용할 수 있는 ‘디태처블’ 태블릿을 내놓고 있다. 콘텐츠 소비 중심에서 콘텐츠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태블릿 역할을 확대하고 있어 일반 소비자와 비즈니스용 수요를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출시된 디태처블 태블릿인 애플 아이패드 프로는 초기 석 달 동안 300만대 수요를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RBC 캐피털마켓은 새로운 형태의 태블릿 소비자 기대치가 높아 월 100만대씩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올 4분기 매출 규모만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가량으로 힘을 잃던 태블릿 사업에 성장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밖에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4 등 기존과 차별화된 태블릿 제품은 내년 국내에서도 새로운 성장세를 확신한다. 올해 국내 디태처블 태블릿 규모는 전체 시장의 9% 수준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