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연말 인사철을 맞아 IT조직 강화에 나섰다. 내년 3월부터 증권사 지점 방문 없이 계좌 개설이 가능한 비대면 거래가 시작되고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기업 출범 등 굵직한 스마트 금융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가장 앞서 움직인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8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온라인고객 전담 스마트사업부를 초우량고객을 전담하는 SNI사업부와 함께 자산관리(WM)본부에서 분리해 CEO 직속으로 바꿨다. 오는 3월 비대면 거래 확대나 고객 특성에 맞춰 상품을 추천하는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등도 IT부서와 스마트사업부가 공조할 계획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1% 안팎 거액 자산가 투자성향과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고객이 찾는 상품이 서로 다르다”며 “이에 맞춘 자산관리 서비스가 이번 개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별 맞춤형 자산관리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따내면서 한국투자증권도 바빠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연초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조직 신설과 증권업계 제도 개편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6월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앞두고 IT인프라 구축과 초기 조직 운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참가 지원자를 공개모집하는 한편 비대면 거래 개시와 핀테크 등 전략을 담당할 인력 충원과 조직 강화에 나선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가 이뤄지기 위해선 보안 등 IT 인프라와 조직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반영한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DB대우증권 인수 여부가 조직 개편에 변수가 될 수 있어 시기는 연초에 이뤄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도 IT를 주축으로 스마트금융 사업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홈페이지 고객 성향별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회사 글로벌 자산배분 전문가가 시장 환경을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최적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즉 지점을 방문해 이뤄지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도록 했다. 미래에셋은 이를 보다 확대해 정교하게 만든 로보어드바이저를 내년 선보일 방침이다.
비대면 거래 개시 역시 미래에셋증권이 IT 조직 강화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내년 비대면 거래 개시와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등으로 핀테크 강화가 예상된다”며 “연말연초에 있을 조직개편도 이를 반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대면거래 시작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판법)이 개정된다면 증권업계 IT 강화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비대면거래가 내년 3월부터 이뤄지고 여기에 방판법 개정이 연내에 이뤄져 증권사 상품 방문 판매에 제한이 사라지면 증권사 간 영업경쟁이 본격화 된다”며 “이를 시스템으로 뒷받침하는 IT 부서 확대는 증권사마다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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