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93>왜 구조조정이 어려운가?(1)

[이강태의 IT경영 한수]<93>왜 구조조정이 어려운가?(1)

지난 칼럼에 금융개혁 이전에 산업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썼다. 금융과 산업은 동전의 양면이고, 금융은 산업의 동맥이고, 금융은 산업의 중간재이고, 금융은 산업의 윤활유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개혁을 미룬 체 금융개혁만 주력하게 되면 개혁 선후가 뒤 바뀐 것이다. 바둑에서 수순이 중요하듯이 개혁에서도 우선순위가 바뀌게 되면 결과는 크게 달라 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개혁은 실패 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개혁 전에 산업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많은 분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또 어떤 분은 금융개혁 조차 내외부 반발 때문에 진도를 못 나가고 있는데 과연 금융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산업 구조조정이 가능하겠는가? 하고 반문도 하셨다. 차라리 상대적으로 더 착하고 말 잘 듣는 금융이라도 먼저 성공시킨 뒤 산업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씀도 덧붙였다.

다 맞는 말씀이다. 그 동안 규제와 통제에 잘 길들여진 몇 개 안 되는 금융기관을 바짝 밀어 붙여 개혁이나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오히려 순서상으로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몇 가지 분명히 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가 구조조정과 혁신은 어떻게 다른가? 두 번째는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별 구조조정이 과연 가능한가? 세 번째는 구조조정이나 혁신이 직원 정리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맞는가? 하는 점이다.

먼저, 구조조정과 혁신은 어떻게 다른가? 아니면 같은 것인가? 몇몇 전문가들이 이전에 이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해 둔 것이 있다. 구조조정은 사후에 하는 것이고, 혁신은 사전에 하는 것이다. 또는, 구조조정은 부정적인 개념이고, 혁신은 긍정적인 개념이다, 또는, 구조조정은 타의적이고, 혁신은 자발적이라고 구분을 하기도 한다. 정리하면 구조조정은 산업이나 기업의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대신 혁신은 기업에 한정해서 구조뿐만 아니라 상품, 서비스, 문화를 포함한 전반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작업이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구조를 바꾸다 보니 주로 인사부분의 개혁과 개선에 주력하게 된다. 그래서 주로 사람 관련해서 변화를 추구하려고 하면 혁신 보다는 구조조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두 번째는 구조조정은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구조 변화를 추구하는 보다 집단적인 개념인가? 구조조정은 개별 기업이든 산업 전체든 다 해당되고 다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구조조정을 하려면 산업 전체보다는 개별 기업단위로 접근해야 쉽게 이루어 진다. 구조조정은 고통스러운 작업이기 때문에 전체 산업을 상대로 하면 범위가 너무 크고 반발도 집단적이어서 성공시키기 어렵다. 가급적 범위를 좁히고 개별화해서 집중을 해야 변화가 가능하다. 산업 단위로의 구조조정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가급적 기업 단위 개별적인 접근을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구조조정이 처음부터 직원 숫자를 줄이는 쪽으로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한가? 당연히 구조조정은 비즈니스 구조를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직원의 수를 손대는 것이지 처음부터 직원 숫자를 줄이기 위해, 또는 직원 구성을 바꾸기 위해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을 하다 보니 직원 구성이 바뀌는 것이지 직원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구조조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의 자유로운 이동과 직무전환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구조조정과 혁신의 차이가 어떻든 많은 산업에서, 많은 기업이 수시로 시도를 하지만 실제로 성공한 케이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 삼성그룹도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방산 계열을 한화그룹에 팔았고, 화학 계열을 롯데 그룹에 팔았다. 그리고 전자 계열에서도 여기저기 군살을 빼고 있다. 금융기관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희망퇴직,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나이 든 직원들이 보따리를 싸고 있다. 문제는 여기저기서 너무 자주 구조조정을 하다 보니 이제는 구조조정이 상시화, 정례화 된 느낌이다. 이제는 구조조정이라는 말 자체가 사람 정리하는 뜻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구조조정이 상시화되었다는 것은 구조조정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곡된 구조조정이 상시화 되다 보니 구조조정을 통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의 의사결정을 신속히 하자고 하는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 철강, 중화학 공업과 같은 중후장대한 산업이 지금 고전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해서 고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산업구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현재 구조적 문제점이 사라지고 곧 바로 가동률이 올라가 예전 호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막상 유가가 다시 오르고 경기가 회복되면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국, 인도 공장이 더 큰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의 문제를 단순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요 문제가 아니라 공급 자체 문제로 봐야 한다. 언젠가 울산과 포항과 광양이 미국의 디트로이트와 같이 불 꺼진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산업 자체도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그러한 흥망성쇠 성장곡선에서 현재 위치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쇠퇴하기 전에 빨리 또 다른 성장곡선으로 옮겨 타야 한다.

성장곡선을 옮겨 타는 것을 구조조정이라고 하든 파괴적 혁신이라고 하든 실행이 쉽지 않다. 모든 기업이 변화, 혁신, 구조조정을 노력하지만 막상 성공한 기업은 극히 드물다. 왜 그럴까?

조성묵기자 csmo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