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파리 신기후체제 선언됐지만…부처 정책 협력·경영상 책임 의식 가져야

제21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가 12일(현지시각)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로랑 파뷔스 프랑스 외무장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이 협정 채택을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가 12일(현지시각)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로랑 파뷔스 프랑스 외무장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이 협정 채택을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변화체제가 수립됐다.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 모인 195개 당사국은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를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으로 대체했다. 박근혜 대통령,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등 각국 정상은 COP21에 참석해 신기후체제 수립을 촉구했다. 세계 180여개국이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내놓으며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노력의 결실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다배출국으로서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이란 의욕적 목표를 제시하며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자임했다. 파리 협정 과정과 이후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지구촌 전체 동참 온실가스 감축 ‘스타트’

국제사회가 2020년 이후 적용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에 진통 끝 합의했다. COP21에서 도출된 ‘파리 협정’은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 체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 지키는 구속력 있는 첫 합의다. 파리 협정은 2020년 만료 예정인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한다.

파리 협정에서 당사국은 신기후체제 장기 목표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보다 훨씬 작게 제한한다. 또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능한 한 빨리 최고치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신속하게 감축하기로 했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보다 최고치에 도달하는 데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차이를 인정했다. 목표 달성에서 각국 여건을 감안하고 차별화된 책임과 상이한 역량도 고려했다.

국가별 목표(기여방안·INDC)는 스스로 정한다. 기여방안 제출은 의무로 하되, 이행에는 국제법적 구속력을 두지 않는다. 목표 실천을 위해 각국은 국내적으로 노력한다. 기여방안 내용은 협정에 담지 않고 별도 등록부로 관리한다.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차기 목표 제출시 이전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검증도 5년 단위로 한다.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검증하는 이행점검 시스템을 만든다. 개도국에는 일정 정도 유연성을 허용했다. 효과적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형태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을 만들어 가동한다.

온실가스를 좀 더 오랜 기간 배출해온 선진국이 더 많은 책임을 지고 개도국 기후변화 대처를 지원하는 내용도 합의문에 포함했다. 선진국은 2020년부터 개도국 기후변화 대처 사업에 매년 최소 1000억달러를 지원한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는 “파리 협정의 가장 큰 의미는 선진국만이 아닌 개도국이 참여하는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개도국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뜻을 보여줬기 때문에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협상 종료가 아닌 새로운 ‘시작’

전문가들은 파리 협정에 따른 신기후체제 수립은 기후변화 대응 협상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평가한다. 기후변화대응에 모두 참여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묵은 숙제를 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개도국을 포함한 국가는 온도상승을 2℃보다 훨씬 작게 만드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겼다. 따라서 신기후체제는 이런 숙제를 풀기 위한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다. 성장이 멈춘 선진국과 성장 중인 개도국 입장 차이는 이번 협상이 종료일을 넘겨 겨우 합의된 상황만 봐도 뚜렷하다. 신기후체제가 수립됐지만 서로 국익을 희생하지 않기 위한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좁혀가는 해답은 협정문이 아닌 재원이다. 선진국이 개도국에 보상해야 하는 재원이 향후 논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자금은 선진국 책임을 행동으로 보이면서 개도국 참여를 유인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파리 협정에는 구체적 액수는 명시하지 않은 채 ‘기후 재정은 이전 노력을 뛰어넘는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문구로 대신했다.

김성우 삼정KPMG 본부장(기후변화·지속가능성부문 아태지역 대표)은 “선진국은 성장이 멈췄지만 저탄소 사회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의지 때문에 재원을 지불할 것”이라며 “녹색기후기금(GCF)이 이를 실행하는 도구이고 그 본부를 송도에 유치한 점은 향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후변화정책을 일원화해 일관되게 끌고 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는 글로벌 이슈다. 그 원인과 대책도 글로벌 차원에서 합의되고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빨리 줄일지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정부가 특정 부처 입장 또는 시각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말고 부처간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산업계는 정부가 최종 의사결정자가 아닌 글로벌 이슈임을 인식하고 글로벌 합의에 따른 신호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의사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기후체제 수립은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국제사회에 새로운 규범이 만들어지고 정책 신호가 생기면 이는 새로운 파괴적 기술로 이어진다. 온실가스 배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기술이 단적인 예다.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해 신기후체제에 적극 대응하기로 천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석탄(증기기관)이 영국 산업화를 주도한 것처럼 과거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선점하는 국가가 세계 주도권을 가져갔다”며 “화석연료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10년 후 저탄소 생태계를 선점해 파리 협정에 감사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