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들기를 통한 배움’(Learning by Making)을 추구하는 메이커 운동이 교육계에서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메이커 운동 주요 도구인 3D프린터는 산업을 넘어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 범위를 서서히 확대하는 중이다. 영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3D프린팅과 모델링을 학교 커리큘럼에 시범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3D프린터를 학교에 보급하는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다. 3D프린터가 창의력, 상상력, 문제 해결 능력을 계발하는 데 효과적 도구기 때문이다.
3D프린팅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3차원 도면을 설계하는 3D모델링이다. 아이들은 3D모델링으로 머릿속 상상력을 디지털 세계 속 현실로 구현한다. 이 모델을 3D프린터로 인쇄해 실체로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3D모델링과 프린팅이 디지털 세계와 피지컬 세계를 넘나들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교육적 효과 때문에 국내에서도 2014년 3D프린팅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2016년까지 전국 초중고 3000여곳에 3D프린터를 보급하고 1000만 메이커를 양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시도 과학관에 개설된 무한상상실을 비롯한 각종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학생은 3D프린팅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학생에게 3D프린팅은 ‘그림의 떡’이다. 물론 학생이 3D프린팅과 모델링을 정규 교과 과정으로 배울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한 번 정도는 비트가 아톰이 되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메이커스는 3D프린터, 강사, 만들기 도구를 태운 버스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메이커버스’를 운영 중이다. ‘찾아가는 일일 메이킹 워크숍’ 프로그램이다. 학교를 방문해 총 세 시간 동안 실습 중심 3D모델링과 프린팅 워크숍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3D모델링 프로그램과 프린터 사용법을 배우고 본인이 직접 모델링한 열쇠고리 디자인이 3D프린터를 거쳐 실제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출력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미래 운송 수단이나 도시 만들기 등 심화 모델링 수업을 하고 스스로 상상한 것을 다른 친구 앞에서 발표하고 토의한다.
올해 4월 시작한 메이커버스는 40회 운행을 눈앞에 뒀다. 그동안 메이커버스 3D프린팅과 모델링 워크숍 참석자가 800여명, 이들이 만들어낸 3D 모델링 콘텐츠가 1500여개에 이른다.
많은 방문 학교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학교는 첫 번째로 방문했던 파주 적서초등학교다. 이 학교는 5·6학년 학생수가 20명 남짓한 아주 작은 시골 학교였다. 아이들은 난생처음 3D프린터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신기해했다. 이런 학교에 3D프린터가 한 대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 배정된 1년 과학 기자재 구입 예산이 100만원 남짓이라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메이커버스를 운행하면서 새삼 깨달은 사실은 우리는 누구나 다 메이커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남자 아이들은 흙장난, 여자 아이는 소꿉장난을 하면서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만드는 즐거움은 잃어버리고 남이 만든 물건과 세상을 사용하기만 하는 유저로 적응해간다. 메이커로 태어나 유저로 늙어가는 것이다. 슬픈 현실이다.
교육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아이가 메이커로 계속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3D 프린터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코딩 역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아이에게 스트레스나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손에 도구를 쥐어주면 무언가 만들어 내고 그 결과물에 상관없이 ‘만드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놀고 즐기면서 이들은 디지털시대를 이끄는 인재로 자라날 것이다.
송철환 메이커스 대표 ryan@makers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