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제4차 산업혁명 전야(前夜)

하원규 ETRI 기술전략본부 전문위원
하원규 ETRI 기술전략본부 전문위원

불과 20년 전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터넷이 34억 가입자와 70억 모바일 이용자가 하루에도 수십 번을 들락거리는 지구 차원의 초거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웹이 막 탄생한 직후라 인터넷은 컴퓨터와 통신망으로 구성된 글로벌 하드웨어 집합체일 뿐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웹은 지구적 규모로 연결된 컴퓨팅 파워를 기반으로 인류에게 정보와 지식을 선사하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영조물(營造物)로 변신한다. 집집마다 PC가 보급되고 인터넷은 신명나게 오대양 육대주를 연결하는 거대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를 무대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과 같은 디지털 제국이 출현했다. 제국의 주역은 1990년대 중반이 인터넷 대혁명 혁명 전야임을 간파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21세기 지구사회는 제2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를 맞이하고 있다. 단지 5억년 전 캄브리아기가 무수한 생물들 대출현이라면, 지금은 디지털 생물 대융성이라는 인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스마트 혁명은 이러한 디지털 지질 생태계의 점령군이다. 세계인의 요술램프가 돼 그 넋을 빼앗고 우리 삶의 방식을 뒤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자가증식적 위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물과 환경, 로봇, 자동차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자신의 DNA를 퍼트려 인류 생태계 재설계자로 군림할 기세다.

주지하듯 18세기 증기기관이라는 압도적인 기계가 생겨나 인류 근육의 힘을 절대적으로 강화시켰고 19세기 후반에는 전기 에너지 발명으로 인류 손발과 눈의 힘을, 20세기 중반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출현해 두뇌 힘을 한층 증폭시켰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세 차례 신산업혁명을 경험했고 그때마다 인류문명 진보를 가속화했다.

그럼 21세기 인류 문명화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까. 후기 인터넷(After Internet)은 지구상 모든 문명의 이기와 생산설비, 자연과 바다, 그리고 우주를 서로 엮어 제2의 디지털 대자연을 빚어낼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디지털 대자연 위력은 모든 것들의 데이터를 철저하게 축적시킨다.

그리고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절대 권력 도움을 받아 이들 빅데이터를 순식간에 해석하고 재인식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경제사회 시스템은 초연결 복합 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으로 대체된다. 바로 이러한 디지털 완전체로 탈바꿈하게 하는 시스템 전환력이 새로운 산업혁명의 원천이다.

1990년대 중반이 인터넷 혁명 전야였듯, 2010년대 중반은 제4차 산업혁명 전야(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Eve)다. 우리가 목격할 신산업혁명은 만물인터넷이 슈퍼 태풍의 눈이 되고, 빅데이터를 만나 원심력을 한층 증폭시킨다. 동시에 인공지능이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 간극을 한없이 좁혀가면서 거대한 슈퍼 쓰나미를 몰고 올 에너지로 응축된다.

단적으로 말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D), CPS(Cyber Physical System), 그리고 AI의 대융합력이 제4차 산업혁명 주력엔진이다. 이 융합엔진 추동력이 개별 산업과 인프라 간 경계를 허물고 더욱 스마트한 글로벌 초연결산업과 초지능 인프라를 탄생시킨다.

17세기 영국의 정치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강력한 절대 권력을 가진 국가라는 거대한 창조물을 ‘리바이어던(Leviathan)’으로 비유한 바 있다. 이젠 후기 인터넷이라는 제3의 지구행성을 무대로 세상의 삼라만상을 초연결하고 새로운 거대질서를 구축하려는 디지털 리바이어던이 지축을 흔들고 있다.

이 거대한 지적 설계자의 정중앙에서 세상을 다스리는 새로운 대항해 시대를 개척할지, 변방의 디지털 식민국가로 전락할지는 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 전야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hawong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