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소득심사를 한층 강화한다. 수도권에선 내년 2월, 비수도권에선 내년 5월부터 적용한다.
이 대책이 적용되면 은행권에서 주택을 담보로 돈 빌리기가 한층 까다로워져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소득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비수도권이 받는 체감변화가 클 전망이다.
전국은행연합회는 대출구조를 처음부터 나눠 갚는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수도권은 내년 2월 1일, 비수도권은 내년 5월 2일부터 적용한다고 14일 밝혔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등 정책당국은 1200조원대에 육박한 가계빚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7월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해 발표했다. 이날 가이드라인은 이에 대한 후속조치다. 실제 은행권이 현장에서 참고하는 업무지침서 성격을 띤다.
가이드라인은 담보능력 심사 위주였던 기존 은행권 대출심사를 소득에 연계한 상환능력 심사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차주의 갚을 능력을 중점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은 우선 채무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모든 주택대출 신청자를 상대로 소득을 면밀히 파악한다. 소득증빙은 원천징수영수증(근로소득), 소득금액증명원(사업소득) 등 객관성이 있는 증빙소득을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수도권은 최저생계비를 소득자료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으나 최저생계비는 집단대출, 소액대출(3000만원 이하)에 한해 영업점장이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주택구입자금을 위한 대출은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갚는 방식(비거치식 분할상환)만 가능하다. 비거치식 분할상환 적용 대상은 △신규 주택구입용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또는 DTI가 60%를 넘는 대출(DTI가 30% 이하인 경우는 제외) △주택담보대출 담보물건이 신규대출 포함 3건 이상인 경우 △신고소득을 적용한 대출 등이다.
대출자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예외 규정도 마련했다.
우선 재건축 아파트 등 중도금 집단대출이나 불가피한 채무 인수, 일시적 2주택 처분 등 명확한 상환계획이 있는 경우는 예외가 인정된다. 아울러 의료비·학자금 등 불가피한 생활자금으로 본부 승인을 받으면 비거치식 분할상환 원칙에서 배제된다.
신규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는 ‘상승가능금리(stress rate)’를 추가 적용해 대출한도 산정에 활용한다. 은행권은 상승가능금리를 토대로 산정한 DTI가 80%를 초과하는 대출은 고정금리 대출로 유도하거나 80%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대출 규모를 안내할 방침이다.
대출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한다. 만기 5년 신용대출 5000만원을 쓰는 사람이 신규로 만기 20년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2억1000만원(금리 3%)을 받는다면 신용대출에 따른 원리금을 감안한 DSR는 88.3%로 계산된다.
은행이 이런 대출이 적정 DSR을 초과한다고 판단하게 되면 대출자 신용상태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를 하게 된다.
이번 조치와 관련 일각에서는 적용 시점이 좋지 않고 예외 조항도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7월 정책을 발표하면서 적용 시점을 내년으로 잡아 가계부채 증가 폭을 더욱 늘렸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분할상환을 유도하기로 하면서 내년부터 대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 가계들이 올해 하반기 부채를 더욱 늘렸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대책에 예외조항이 많아 당국이 애초에 기대했던 정책 효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 (자료: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취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