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12>기회 포착의 비밀은 안목과 절실함에 있다

전쟁 영웅 나폴레옹은 ‘기회 없는 능력은 소용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요즘 글로벌 경제 환경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문구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휴대폰 최강자 노키아는 애플에 비해 4~5배나 많은 연구개발비와 우월한 기술능력을 보유하고도 스마트폰 시장기회를 놓침으로써 몰락했다. 노키아는 이미 애플보다 7년이나 앞서 버튼 하나와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개발해 놓았다. 코닥, 소니, 필립스 등도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디지털화하는 시장기회를 놓침으로써 하루아침에 시장을 빼앗겼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학자들은 ‘역량 파괴적 환경’이라고 부른다. 세계 최고 역량도 한순간에 무가치하게 만들어버리는 환경변화를 의미한다.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다시 모바일로 그 중심을 옮김에 따라 시장을 주름잡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는 사례를 목도하고 있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 기술역량을 쌓아온 기업이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로부터 남보다 앞서 기회를 움켜쥔 기업이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성공기업 창업자들은 공통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성공할 때까지 하면 성공한다’고 비결을 밝힌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끈기 있는 기회 추구’가 노하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회 추구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보통 이들의 기회 추구 과정은 블랙박스 속에 감추어져 있다. 왜냐하면 성공 요인을 그저 창업자 천재성 덕분으로 치부해 버리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이들은 대부분 결과적으로 천재지, 타고난 천재는 아니다. 만약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저 특이하거나 좀 심하면 ‘돌아이(?)’로 취급 받았을 인물이 대부분이다. 천재성은 반 보 앞선 미래 예측과 준비에서 나온 것이며 이러한 선견지명은 일정한 기회추구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생겨난다.

기회추구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천재성은 궁극적으로 안목과 절실함에서 창출됨을 알 수 있다. 즉 무엇이 성공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해 주는 안목과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절박감이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먼저 볼 수 있게 만들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때를 미리 준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안목과 절실함이 없는 미래 투자는 백전백패다. 하지만 이것이 갖추어지면 하는 것마다 성공이고 마치 미다스의 손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안목과 절실함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집중력이 있어야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그 열정과 집중력은 자기 분야를 향한 관심에서 생겨난다. 특정한 것에 관심이 없는데 열정과 집중력이 나올 리 없다.

그렇다면 관심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자기주체성에서 비롯된다. 즉 자신만의 뜻과 의지, 그리고 그것이 미래로 투영된 비전이 명확하다면 그 분야에 깊은 관심이 샘솟듯 생겨날 것이다.

요약하면 자기만의 뜻과 의지 그리고 비전에 기반을 두면 특정 분야 관심이 커지고 자신의 일에 열정과 집중력이 생기며, 이후 서서히 안목을 갖추고 목표를 향한 애착과 절실함으로 드디어 천재성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를 놀라게 하는 천재성은 타고난 영재가 만들어내기보다는 일정한 기회추구 과정을 끈기 있게 반복하는 ‘바보스러운(?)’ 사람에 의해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뜻과 의지→관심→집중과 열정→안목과 절실함→반 보 앞선 예측과 준비’라는 과정이 반복하다가 불현듯 기회를 만날 때 성공신화가 만들어진다. 앞에서 성공 창업자들이 얘기하는 ‘성공할 때까지 한다’는 말은 이 과정을 의미한다.

21세기는 축적된 역량만을 발휘해 성공하기에는 너무나 변화 폭이 깊고 빠르다. 변화에서 창출되는 틈새기회를 남보다 먼저 알아보고 그 틈새 창으로 재빨리 들어가야 성공할 수 있다. 물론 기회 창 진입을 위해 역량은 필요조건이다. 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역량이 더 높다고 먼저 기회 창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먼저 진입하면 기회가 오고 그 때문에 더 큰 역량을 쌓을 수도 있다. 스펙(역량) 쌓기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량 축적 시대는 가고 기회 추구 시대가 온 것이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