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합상사의 판도가 달라졌다. 지난 15년간 줄곧 순이익 1위를 고수해왔던 미쓰비시상사가 이토추상사에 종합상사 정상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역사적으로 일본에서는 재벌계 종합상사가 압도적으로 강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2차 대전 이전부터 일본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최근 非재벌계인 이토추상사가 이들을 추월한 것.
일본 종합상사 각사가 제출한 IR자료에 따르면, 2016년 3월기에 이토추는 3300억엔의 순이익을 계획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당초 3600억엔에서 3000억엔으로 하향조정하여 이토추상사에 1위 자리를 빼앗기게 됐다. 3위는 2400억엔의 미쓰이물산, 4위는 2300억엔의 스미토모상사, 5위는 1900억엔의 마루베니 등이다.
이번에 종합상사 순이익 순위가 뒤바뀐 결정적인 이유는 유가 하락으로 꼽힌다. 2002년 이후 중국 특수에 힘입어 WTI 원유가격은 2008년 1배럴당 14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른 이익을 가장 많이 향유한 곳이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이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중국 경제가 성장 속도를 잃으면서 유가도 급락하여 최근에는 1배럴당 36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이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철광석 등 다른 자원가격 하락도 두 회사의 순이익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에 비해 이토추상사는 상대적으로 비자원 사업이 호조를 보여 1위 자리에 등극하게 된 것이다.
김국진 기자(bitkun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