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이른바 드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산업적으로 시장규모가 급신장하고 있다.
우선 드론이라는 명칭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드론이라는 명칭은 윙윙거리며 나는 수벌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drone’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으로 드론이라고 하면 취미용이나 방송촬영용으로 사용되는 소형드론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일이 많은데 엄밀히 말하자면 드론은 이러한 미니·소형 무인기뿐만 아니라 중형 및 대형 민수·군용 무인항공기까지를 총칭하는 이른바 무인기 애칭이다. 그런데 올해 7월 국립국어원은 외래어인 드론을 순화하기 위한 우리말을 공모한 결과 ‘무인기’를 선정했다. 앞으로는 ‘드론’ 대신 ‘무인기’라는 우리말을 널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쿼드콥터형 소형무인기가 주목받으면서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일반인 사이에서도 커져가고 있다. 전문가 영역에 머무르던 무인기가 점점 대중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세계 최대 IT업체 구글은 무인기와 무인자동차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멕시코의 무인기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페이스북도 저개발국가에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아퀼라’라는 태양광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무인기 활용은 일상 모습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것이며, 사람을 위한 기술로써 더욱 많은 편익을 우리에게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무인기 활용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소형 무인기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규제와 허가라는 양면성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무인기 산업으로 인한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이라는 긍정적 측면 뒤에 사생활 침해나 소음공해 등과 같은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무인기에 대한 우려는 19세기 중반 자동차 도입 초기와 닮은 점이 많다. 당시 영국 의회는 기존 마차 중심의 교통체계에 진입하려는 증기자동차를 규제하기 위해 1865년 적기조례(Red Flag Act)를 제정했다. 결국 적기조례는 영국의 자동차산업이 후발국인 독일과 미국 등에 뒤처지게 된 빌미를 제공했고 시대착오적인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인기 기술수준 세계 7위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에는 세계 5위, 2027년까지 세계 3위를 목표로 삼고 무인기 원천기술은 물론이고 다양한 무인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재난대응, 국가인프라 관리, 공공활용, 산업활용, 과학영농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인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와 정부출연연구원은 무인이동체 기술개발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무인기 범부처 및 민간 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를 구심점 삼아 국가 차원의 무인기 기술개발, 제도개선, 기술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세계 7위권의 무인기 기술수준과 세계적 IT를 가진 우리나라가 내수를 기반으로 세계 무인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지난 11월 초 일본정부가 ‘관민대화’에서 무인이동체 실용화를 위한 대대적인 규제완화 계획을 밝혔듯이 우리나라도 무인기 원천기술 개발과 병행해 산업성장에 발맞춘 단계적 제도개선과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무인기 도입으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을 막고 안전하고 편리한 무인기 세상을 열어감과 동시에 세계 3위권 무인기 글로벌 리더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연구본부장 joo@ka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