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격 시동…애플 디자인 특허 무효화로 뒤집기

애플과 특허 전쟁서 수세에 몰린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4일(현지시각) 미국 대법원에 애플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 상고를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다. 미국 대법원은 상고 허가제를 두고 있어 판사로부터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제출한 상고 허가 신청서에서 미국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범위와 디자인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디자인 특허를 무효로 만들어 특허 침해 논란을 없던 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무효가 된 특허에 배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삼성전자는 신청서에서 “특허로 등록된 디자인이 숟가락이나 카펫처럼 필수 특징일 수도 있다”며 “스마트폰은 디자인과 상관없이 수많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고 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손해배상액 중 약 3억9900만달러(약 4730억원)가 상고심 대상이다.

삼성 반격 시동…애플 디자인 특허 무효화로 뒤집기

디자인 특허 배상금 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특허 무효화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배상금 규모를 줄이려는 의도다. 일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수익 전체를 기준으로 배상금을 산정하는 것은 오류라는 게 삼성전자 측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배심원은 납작한 화면이나 둥근 모서리 같은 특정한 기능적 측면에는 피해금액을 매기지 말아야 한다”며 “이 같은 사례가 계속되면 혁신과 경쟁을 줄이는 한편 경제와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상고심에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손해배상액 6500억원 지급 판결과 관련해 “특허 침해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배상금을 지불하고 상고심 판결 등에 따라 돌려받기로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세는 삼성전자에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9억3000만달러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이래 금액을 줄이고자 줄곧 노력해 왔다. 지난 5월 항소심에서 배상금 규모를 5억4800만달러로 낮췄다. 지난 항소심에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침해 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 외관이나 포괄적이고 시각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모양과 크기, 빛깔 등을 뜻한다. 트레이드 드레스가 전체적 이미지라면 디자인 특허는 둥근 모서리나 홈 버튼 등 부분적 특징을 가리킨다. 전체적 이미지가 특허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부분적 디자인 특허 유효성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가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만 상고한 이유다.

삼성 반격 시동…애플 디자인 특허 무효화로 뒤집기

지원 세력도 만만치 않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 주장처럼 스마트폰처럼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제품이 연루된 소송에서 한두 특허 침해를 이유로 전체 이익을 환수하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항소법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면 복잡한 기술과 부품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기업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디자인 특허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대법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사건을 다룬 사례는 드물다. 1870년대 수저 손잡이 디자인과 1890년대 카펫에 관한 소송이 마지막이었다. 다시 말해 120년 넘게 한번도 없었다는 의미다.

사실 가장 큰 걸림돌은 상고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 대법원 상고 신청 허가는 1%도 안 된다. 보통 1만건 중 약 70건만 허가를 받는다.

최종 결정은 새해로 미뤄진다. 대법원은 내년 상반기에 상고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상고심은 새해 10월 이후 열릴 전망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