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대체 미터기 검정 가이드라인 제정을 요청했다. GPS 요금을 채택한 카카오택시 블랙 부당운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신중하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대체 미터기 검증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했다. 부당 운임 문제에 대비한 기준이 필요하다. 지난 9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고급 택시는 기존 전자동식 미터기를 장착할 의무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급 택시에 전자동식 미터기 설치를 면제했지만 대체 미터기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블랙이 대표적 예다. 카카오가 지난달 출시한 고급 콜택시 서비스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기존 미터기가 없다. GPS 방식으로 요금을 산출한다. 서울시는 전자식 미터기에 준하는 자체기준으로 검증했다. 다른 단말기 5종으로 10회 왕복테스트를 실시했다. 두 방식을 비교한 결과 요금 차이가 오차 범위 안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급 택시는 자율신고요금제로 사업자가 서비스 신고를 하면 수용해야 한다”며 “자체 검증은 벌였지만 정부 차원 세부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신중하다. 검증 기준을 획일적으로 결정하면 기술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우려다. 국토부 관계자는 “앱 개발 방식이 다양한 데 특정 기준을 마련하면 고급 택시 서비스가 모두 이를 따라야 한다”며 “자율주행 등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불합리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자가 신고 전에 검증 받는 것보다 요금제 시행 뒤 요금제 이행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는 것. 그는 “고급 택시와 앱 개발 특성을 고려하면 당장 결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블랙에 기존 미터기를 추가할 계획이 없다. 기존 미터기 장착은 카드결제기 연동작업을 수반한다. 미터기와 앱 사이 정보 교류 등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카카오페이로 결제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미터기 설치가 불필요한 개정안을 바탕으로 설계됐다”며 “미터기 추가 작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