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전력을 생산하는 핵전지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대구테크노파크는 ‘동위원소·전고상 하이브리드전지사업(산업융합 원천기술개발사업)’ 일환으로 한국형 방사성동위원소전지(핵전지) 상용화를 위한 프로토타입(Prototype)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기술은 방사성동위원소(Ni-63)와 실리콘(Si) 기반 반도체를 이용해 최소 10년 이상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기술 개발에는 대구TP 나노융합실용화센터(이하 대구TP 나노센터)를 중심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맨텍 등이 공동 참여했다.
핵전지 기술은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나오는 베타선원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반영구적 미래전지 기술이다. 수명이 최소 10년 이상으로 군사 및 항공우주, 의료분야 등 특수분야에 주로 활용된다.
세계적으로 전지 원재료인 방사성동위원소를 고밀도로 집적하는 것과 전지시스템을 구현하는 기술은 아직 상용화단계까지 근접하진 못했다.
해외에선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R&D)이 한창이다. 기초 및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10년 이상 투자해 오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 등은 초소형 미세전자기계시스템(멤스:MEMS) 기기와 국방, 의료분야에 별도 에너지 공급 없이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개발에 주력해왔다. 러시아는 최근 니켈63 동위원소를 추출해 50년 이상 사용가능한 핵전지를 개발 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대구TP 나노센터는 반감기 100년인 니켈63과 실리콘 기반 반도체를 이용해 최소 10년 이상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초소형 핵전지와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전고상 이차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이 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방출하는 전자를 반도체에 충돌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수명이 수십년으로 길고 단위질량 당 에너지 밀도가 높다. 안정적이어서 신뢰성도 높다.
핵심기술은 비방사능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기술과 전력변환효율이 높은 고효율 반도체 설계 및 제작기술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용 원자로를 이용해 비방사능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기술, 반도체와 동위원소 정밀 접합기술을 개발했다. ETRI는 전력변환효율이 높은 3차원 트렌치 구조의 저가 실리콘 반도체를 개발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은 방사성동위원소전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전고상이차전지를 개발했다.
대구TP 나노센터는 이를 기반으로 동위원소·전고상 하이브리드전지 성능 및 신뢰성평가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나노센터는 4차년도와 5차년도 사업에서 실리콘이 아닌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를 활용해 출력을 5배 이상 높인 전지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오는 2017년 이후 상용화를 위한 후속연구에서는 트리튬, 스트론튬과 같은 반감기 10∼30년인 동위원소를 활용해 군사와 항공우주, 의료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상용 핵전지를 개발한다.
이 사업은 대구TP 나노센터가 2012년 말 주관기관에 선정돼 오는 2017년까지 5년간 총 136억원을 투입한다. 지난달 말 3차년도 사업을 마치고 현재 4차년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박찬석 대구TP 나노센터장은 “동위원소·전고상 하이브리드전지사업을 통해 국내 연구기반이 전무했던 동위원소전지 기반 장수명 전지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후속 사업을 통해 상용화 기술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