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의 브라보 육아라이프] (6) 어린이집 경기 일으키는 아이 계속 보내야 하나

[정인아의 브라보 육아라이프] (6) 어린이집 경기 일으키는 아이 계속 보내야 하나

어느덧 가을이 가고 연말이 됐다. 3,4세 아이를 둔 엄마들은 어린이 집을 보낼까, 놀이 학교를 보낼까, 집에서 계속 돌볼까 고민하고 결정할 시기이다.

둘째 아들이 4살이 되자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 집에 보냈다. 주변에 평도 좋았고, 특히, 우리 집 1층 공동 현관문만 열면 바로 있어서 위치가 좋아 고민 없이 보내게 됐다.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을 때여서 아이를 늦게까지 맡길 필요는 없었지만 아이가 심심해할 것 같아 이른 오후까지만 보내기로 했다.

집에만 있다가 또래 친구들을 만나니 신나하면서 잘 다녔다. 그런데 2주후부터 갑자기 어린이집을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울고 난리가 났다. 어린이집 원장님과 상담을 하니 그런 때가 있다고, 이제 신기한 것도 없고 익숙해져서 싫증이 났을 거라고 억지로라도 보내라고 했다. 그래서 우는 아이를 들쳐 업고 억지로 거의 던지다시피 어린이집에 놓고 나왔다. 나오면서 맘이 짠하긴 했지만 그냥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도 아이한테 친구들에게 줄 음료수를 사주고 달래며 겨우 겨우 어린이집에 끌고 갔다. 그리고 2주 전과 현재의 변화된 점을 짚어 보았다. ‘선생님!’ 첫 번째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고 새로운 선생님으로 바뀌었는데 그 때부터 가기 싫어하는 것이었다. 원장님과 또 상담을 했다. 아이가 낯을 가리고, 처음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두 번째 선생님이 멀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도 있었고, 아이를 맡길 데도 없어서 다음 날도 집에서부터 드러눕고 거의 경기를 일으키는 데 억지로 들고 나와 선생님한테 떠맡기고 나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아,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까지 보내야하나?’ 너무 고민이 됐다. 일은 그만 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처음으로 시작한 단체생활에서 적응을 못하고 관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다음 사회생활에도 적응을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계속 보내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던 차에 지금 중학생이 된 아들을 둔 선배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선배의 말은 “아이가 그냥 가기 싫다고 짜증만 낼 경우에는 계속 보내도 괜찮겠지만, 너무 심하게 질색하면 절대 보내지 말라”라는 것이었다. 4세는 사회생활 적응을 걱정할 나이가 아니고 전혀 문제없다고도 했다. 듣고 보니 주변에 주부든, 할머니든, 도우미를 쓰던, 방법은 달라도 4,5세까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가정도 많았다. 선배는 큰 아이가 질색하며 어린이 집 가는 것을 싫다고 했는데 맞벌이기도 했고, 곧 괜찮아지겠지 하고 보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아이를 좀 일찍 찾으러 갔더니 어린이집 선생님이 그 어린 아이를 세워놓고 무섭게 소리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선배의 큰아이는 초등학교 내내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부모의 사랑과 정성으로 오히려 사춘기가 지나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활발하고 사회성 좋은 아이로 성장했다고 한다. 선배는 어린이집에서의 일이 아이에겐 충격이었고 그 영향이 초등학교 내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너무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해 줬다. 정말 마음에 와 닿는 감사한 충고였다. 또 다른 사례로. 4살 딸을 둔 나의 친구는 주부지만 아이의 사회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구립 어린이 집에 보냈다. 처음에 잘 다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가지 않겠다고 경기를 일으키며 몇 시간이고 계속 울었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도 아이는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고 고민 끝에 어린이 집을 쉬었다고 한다. 그 후로도 한동안, 엄마와 잘 떨어져 지내던 아이였는데 엄마 옆에 딱 붙어서 엄마가 잠깐만 안보여도 불안해하고 난리가 났었다. 몇 달 뒤, 다른 놀이학교로 옮겼더니 너무나 적응을 잘하고 잘 다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듣자, 무조건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둘째를 내가 돌보게 됐다. 그 후로 몇 달을 집에서 쉬고, 다른 어린이 집은 기간이 지나 입학이 안돼서 가까운 놀이학교에 보내게 됐다. 가보기 전부터 처음에는 ‘가기 싫다’고 했다. 가서 놀이터에서 놀고만 오자라고 설득해 하루 수업을 해봤다. 그리고 아이에게 “여기 친구들도 많고 미끄럼틀도 예쁘고 너무 재미있겠다. 그래도 우리 성원이가 가기 싫으면 안가도 돼.” 라고 아이가 선택하도록 유도해 보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다음 날도 가겠다며 의외로 쉽게 집을 나섰다. 그리고 지금 몇 달 째 너무 즐거워하며 잘 다니고 있다.

아이도 인격체이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다. 어릴 때, 처음 시작하는 단체 생활에는 부모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보육 시설은 학교와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부터는 교육이 목표이고 아이들도 독립적으로 맞지 않은 환경에서도 견디도록 단련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어린이 집은 다르다. 어린이 집이나 놀이학교는 아이를 안전하고 즐겁게 돌봐주는 곳이다. 즉, 그곳의 목표는 교육이 아니고 보육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서 아이가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해야한다. 아이에게 늘 물어봐야 한다.

우리 아이가 관둔 어린이 집에, 아이의 친구들은 잘 다니고 있다. 그 어린이 집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은 성향에 따라 같은 환경에서도 매우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첫정이 든 선생님이 안 보여서 그 곳이 싫어질 수도 있고, 선생님의 큰 목소리가 무서울 수도 있고, 어떤 사소한 일이 내 아이에겐 충격일 수도 있다.

이유가 어찌됐던 우리 아이와 맞지 않는 보육시설이라면, 4살 아이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한다면 과감히 그곳을 떠나야 할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잘 다니는데 넌 왜 그러느냐며 혼내서도 안 되겠다. 다른 아이들이 다 좋아한다고 해서 내 아이에게 잘 맞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가 극도로 거부하다면 걱정과 미련을 버리고 그만 둬야한다. 그리곤 잠시 쉬어보자. 그러면 해답이 보일 것이다. 나는 몇 주지만 울부짖는 아이를 두고 나온 그 몇 번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리고 그나마 일찍 그만 두고 쉰 것이 우리 아이에겐 맞는 선택이었다. 지금, 이렇게 맞는 곳에서 즐겁게 친구들과 잘 놀 아이를 맞지 않는 곳에 던져두고 나온 시간들이 후회가 된다.

육아는 아이가 몇 살이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나이별로 쉬운 육아는 없다. 그래도 시간이 가면서 귀여운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한다. 힘을 내자!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필자소개 / 정인아

제일기획에서 국내 및 해외 광고를 기획 하고, 삼성탈레스 해외 마케팅, 나이키코리아 광고팀장을 지냈다. ‘즐기는 육아’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 가 있다. [육아/교육 칼럼 블로그 m.blog.naver.com/inah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