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침대 매트릭스를 출시한 IT 회사가 있다. 공기청정기, 전기 스위치, 신발, 체중계, 카메라, 블랙박스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IT계 만물상을 지향하는 회사 성장세는 실로 놀랍다. 창업 5년차 중국 회사가 어느덧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ICT 산업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회사 이름은 샤오미다.
샤오미 초기 목표는 애플과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이른바 ‘짝퉁 아이폰’ 전략이었다. 제품 모양과 기능뿐 아니라 제품 프로모션까지 애플을 흉내내며 기업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은 아이폰, 삼성 갤럭시보다는 성능이 한 단계 떨어지지만 가성비는 상당히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각인돼 있다.
경쟁이 치열한 IT 시장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한 샤오미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사물인터넷(IoT) 시장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샤오미가 출시하는 제품 특징은 기존 제조업체와 협업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이다. 샤오미 체중계는 체중계 제작 협력사와 함께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다. 소비자 반응은 상당히 좋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제품 가격이 경쟁 제품에 비해 파격적으로 저렴한 것일까? 예를 들어 국내 업체가 생산한 체중계 가격이 200이고, 중국산 체중계 가격이 100인 상태에서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상태에서 중국산 제품에 샤오미 브랜드가 결합해 200의 가격을 받는 제품을 개발한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샤오미 브랜드로 동일한 가격에 더 많은 기능을 갖춘 제품이 시장에 공급된다면 그동안 어렵게 구축한 체중계 도메인에서 국내 중견·중소기업 경쟁력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샤오미 브랜드를 입힌 체중계를 생산하는 중국 제조사는 기존 생태계에서 보장받지 못하던 가격과 판매 수량을 샤오미와 협업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샤오미 브랜드가 추가된 체중계를 생산하는 업체는 더 이상 국내 체중계 회사와 경쟁하는 제품이 아닌, 애플과 삼성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게 된다.
중국 제조업체는 샤오미 등 ICT 기업과 협업으로 더 큰 시장에 진출해 더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에 반해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은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샤오미 외에도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다수 ICT 기업도 비슷한 제조 융합형 IoT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글로벌 인지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국 제조업체와 협업해 글로벌 시장에 IoT 제품을 공급하려고한다. 기존 제품에 IT를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 가치를 만들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자국 제조업 산업 경쟁력과 중국산 제품 브랜드를 끌어올려 다가올 IoT 시대를 대비하려고 한다.
국내 산업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중국에서 추진하는 제조 IoT 융합 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에서도 중견·중소 제조업체와 ICT 회사의 원활한 협업과 시너지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재규 매직에코 공동대표 겸 경희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magic@magic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