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발전을 주도해 온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압축성장 신화는 수명을 다했다는 우려 섞인 얘기도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경제성장을 주도해오던 제조업 매출액이 최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961년 통계집계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요람인 산업단지도 생산과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조성된 지 오래된 주요 산업단지는 기반시설이 노후화되고 지원기능이 부족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입주기업 사정도 마찬가지다. 기술면에서 선진국과 격차는 여전하고 신흥 개도국은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는 샌드위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는 것일까. 우리는 독일 경제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도 독일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고 독일기업 경쟁력은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독일이 강한 이유로 제조업 기반 경제체제,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그리고 산학연 클러스터를 꼽는다. 클러스터는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소 대학 등 지원기관이 입주해 협력을 활용한 연구개발 시너지를 창출한다.
클러스터 활동에 나서는 것은 독일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은 클러스터를 활용해 경쟁력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오래전부터 클러스터 정책을 추진해 온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클러스터가 중요한 국가 정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으며 산업발전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시대별로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 왔다. 1965년 구로공단을 시작으로 제조업 중심 생산기능을 집적시켜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산업클러스터가 클러스터 1.0세대라고 볼 수 있다. 2005년부터는 산업단지에 R&D 등 혁신기능을 보강하고 산학연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혁신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는 클러스터 2.0세대다.
최근에는 개인 창의성과 융합기술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 클러스터 즉, 클러스터 3.0 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1월 3일부터 6일까지 ‘창조경제와 클러스터’라는 주제로 대구에서 개최된 세계클러스터경쟁력총회는 큰 의미를 가진다. 행사는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기반을 둔 글로벌 클러스터 조직인 TCI 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국제행사다.
역대 최대 규모인 86개국 900여명의 대학교수, 연구원, 각국 관료가 참가해 각국 클러스터 사례를 공유하고 한국 클러스터 성장 노하우를 소개함으로써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클러스터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창의성과 협력, 융합을 키워드로 하는 선진 클러스터 흐름에 맞춰 한국 산업단지도 새롭게 성장의 틀을 짜야 한다. 우리 제조업이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제조업 요람인 산업단지를 창의와 혁신이 넘치는 공간, 창조적 아이디어가 경쟁력이 되고 젊은이가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산업단지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부처별로 산재된 법률을 통합하고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노후산업단지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제정, 지난 7월 7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기존 클러스터를 더욱 확대해 생산 중심 산업단지를 대학, 연구소, 혁신기관 등이 서로 협력하고 상생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형 산업단지혁신클러스터로 더욱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우리에게는 세계가 놀란 성장 DNA가 흐른다. 지난 반세기 기적을 향후 100년에도 이어가려면 산업단지 혁신이 가장 효과적 해법일 것이다.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nhkang@kicox.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