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우리 일상에 다양하게 쓰이는 구조색

영화 ‘기술자들’에 감쪽같이 돈을 위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복사기를 이용해 뚝딱뚝딱 엄청난 돈을 만들어낸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여 진짜 돈인 줄 착각할 정도다. 올해 초 이 영화 속 장면을 모방해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위조지폐를 만들었다. 홀로그램이 복사되지 않자 위조지폐에 어설프게 은색 매니큐어를 칠했다. 그들은 바로 경찰에 잡혔다.

영화에서는 지폐를 위조하는 일이 완벽해 보인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로 홀로그램 등 위조를 방지하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구조색도 위조지폐 방지에 쓰인다. 나노미터 단위 입자 간격이나 배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색깔을 구조색이라고 한다. 곤충 껍질, 나비 날개 등 구조색은 일반 잉크로 결코 표현할 수 없다.

곤충 껍질이나 나비 날개 색 구조를 본떠 화폐 복제를 막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특수 잉크를 국내 연구진이 2011년 개발했다. 권성훈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자연계 구조색 원리를 응용해 값싸고 빠르게 다양한 구조색 글자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광인쇄기술과 미세유체기술을 합쳐 외부 자성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다량의 미세입자를 만들었다. 미세입자는 글자 모양의 자석에 가까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숫자나 글자 등 구조색 패턴을 쉽게 만들어냈다.

영화 기술자들에서 위조 지폐를 만드는 장면
영화 기술자들에서 위조 지폐를 만드는 장면

구조색은 위조 방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구조색을 디자인이나 장식 용도에 응용하면 독특하고 선명한 색채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연구진은 구조색을 이용한 섬유 ‘모르포텍스’ 개발에 성공했다. 마쓰이 시지 효고현립대 교수는 남미에 서식하는 대형 나비 ‘모르포나비’ 푸른 날개 색상을 재현한 섬유 모르포텍스를 개발했다. 이 섬유는 제품용으로는 여성용 의류, 자동차 시트, 스포츠 의류, 구두와 지갑, 커튼 등에 사용된다. 모르포텍스는 필름으로도 개발돼 위조지폐 방지에도 사용된다.

구조색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띠기 때문에 이를 응용한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퀄컴은 과거 구조색 원리를 이용해 저전력으로 자체 색을 발현하지만 에너지 소비는 기존 제품에 비해 3분의 1인 제품을 개발했다.

김영석 전자부품연구원 디스플레이부품소재연구센터 박사는 지난해 김신현 KAIST 교수 연구팀, 마노하란 하버드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친환경 구조색 개발 기술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빛 반사를 이용해 구조색을 동일하게 구현하는 방식을 만들었다. 중금속을 포함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이 기술은 향후 잉크·페인트는 물론이고 화장품에도 활용 가능하다. 선택적 반사 특성을 지녀 태양전지 부품을 비롯한 에너지와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소재로도 쓰일 가능성이 크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