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자동차와 IT의 궁합 맞추기부터

[월요논단]자동차와 IT의 궁합 맞추기부터

자동차와 IT 결합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업체는 자율주행차 시장이 2035년에 연 9500만대, 74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으로 운전자 손과 눈이 보다 자유로워진다면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수요도 커질 것이다. 이와 함께 환경이슈에 따라 가솔린과 디젤 에너지를 활용한 내연기관이 배터리와 모터 등 전력기반 부품으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도 이어질 것이다.

자동차산업 IT화 진전에 따른 자동차 전장시장이 커지자 세계적 IT 업체인 구글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애플은 전기차 출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도 지난 12월 초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전시면적이 증가하고 자동차회사 CEO가 주제발표를 하는 사례는 이러한 현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IT업계가 자동차산업 주도권을 차지하겠다는 기대나 포부는 좋으나 현실적으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와는 달리 자동차에서는 한 번의 오작동이 운전자나 보행자 생명과 직결될 수 있어 100% 안전성 보장이 가장 핵심 사항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극지방 추위와 사막의 뜨거운 열기 등 극한 환경과 산악지형 등 가혹한 운전조건에서 10년 이상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떠한 전자기기와도 비교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내구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요구되고 있다. 안전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면 전부 리콜해야 하는 커다란 부담을 안고 있는 산업이다. 테슬라 모델S와 도요타의 코롤라 하이브리드차는 사이버보안전문가에게 해킹 당해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등 보안상 문제가 발생했으며, 지난 7월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해킹노출을 이유로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140만대를 리콜하기도 했다.

지구환경을 지키자는 공공재 성격의 친환경차 또한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생태계 형성이 만만치 않다. 전기차는 정부가 가격을 보조해주고 충전시설 등 사회적 수요 인프라를 뒷받침해야 팔리는 데 과연 언제까지 이러한 공공적 부담능력이 유지될지 모른다. 관련 업체도 상업적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 자동차 소비는 환경성보다는 가격과 편의성 등에 더 좌우되는 데 최근 폭스바겐 판매 증가가 단적인 사례이다. 자동차는 단순한 기능제품이 아니라 디자인, 삶의 가치 등 예술성이 중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IT의 기능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뻔할 수밖에 없다.

IT산업 제약성에 따라 현재 자동차업계 자체적으로 시장성, 안전성, 예술성을 바탕으로 필요한 IT 분야를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즉 자동차업계가 계속 주도권을 가지고 IT 제품을 채택해 나가는 것이다. 금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10월 도쿄모터쇼에서 IT융합관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자동차와 IT의 융합 추세 속에 양 진영의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전자산업이 세계 선두권에 있다고 하지만 핵심기술에 있어서는 양쪽 모두 상당히 뒤져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산업과 업체별 특성과 장점을 살려 상호 역할을 정립하고 협업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일정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본다. 국가적 차원에서 자동차와 IT 융합에 대한 분야별, 기술별, 품목별로 심도 있는 진단과 구체적 협업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요청된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yonggeun21c@kama.or.kr